[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중상자 많다는데 연락 두절” 탑승객 가족들 발 동동

입력 2013-07-07 18:24 수정 2013-07-07 22:54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가 발생한 7일 사고기 탑승자 가족 10여명은 초조한 마음에 인천국제공항의 ‘피해자 가족 대기실’로 달려왔다.

인천국제공항 지하 1층에 마련된 대기실에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오모(52)씨는 “미국의 아내와 아들을 만나러 가느라 처형과 장모님이 사고기를 탔다”며 “처형은 많이 다쳐 헬기로 실려 갔고 장모님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인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데 연락이 안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탑승자 명단에 가족이 포함됐는지 묻는 전화도 빗발쳤다. 대기실에는 피해자 가족의 문의전화 30여통이 걸려왔고 낮부터 10여명이 직접 대기실을 찾아왔다. 이 중 8명은 면담실에서 아시아나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대기실이 마련되기 전 본사로 한걸음에 달려온 이춘희(여)씨는 “방학을 맞아 미국 친척집에 간 딸에게서 ‘사고가 나서 조금 다쳤고 병원으로 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딸이 어깨와 다리를 다쳤다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닿지 않아 상황을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딸이 ‘위에서 불꽃이 튀고 날개가 부서졌다’고 했다. 피해 상황을 정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실에 찾은 가족 중 2명은 오후 5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노모와 누나가 사고를 당한 금모(52)씨는 “어머니와는 통화가 됐는데 고령이라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조카와 함께 바로 출국하려 한다”고 말했다. 8일에도 피해자 가족 4명이 현지로 출발할 계획이다.

미국 비자 문제로 출국하지 못한 경우는 아직 없다. 다만 옛 여권 소지자는 8일 출국 여부가 불투명하다. 아시아나 측은 “미국이 사고 당일 급파된 피해자 가족에 대해선 비자 문제를 예외로 뒀다”며 “외교통상부 등에 지속적으로 피해자 가족의 미국 입국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공항을 찾은 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인천국제공항 3층 국제선 탑승게이트에는 오후 3시 “샌프란시스코행 UA892편이 항공기 결함으로 결항한다”는 안내방송까지 나왔다. 미국 댈러스에 가는 아들을 배웅하던 허상록(50)씨는 “하필 오늘 이런 사고가 나서…. 비행기에 이상이 없는지, 제대로 뜰지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순례(68·여)씨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다른 항공편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행 출국자들이 모이는 김포공항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 상하이로 떠나는 최모(59)씨는 “아시아나 여객기를 주로 탔는데, 오늘은 배웅 나온 아내와 출국장에 올 때까지 사고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비까지 내려 착륙 때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행사에도 여객기 안전에 대한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예약된 항공편이 혹시 보잉777은 아닌지, 아시아나항공을 타도 괜찮은지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면서도 “예약 취소는 아직 없는데 올 휴가철 최대 악재여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