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비전 넓혀주는 ‘교회판 신사유람단’

입력 2013-07-07 17:28


서울 영은교회, 매해 청년부 5명 선정 유럽 배낭여행 보내줘

“하나님, 이 청년들이 한 달간의 여정 속에서 주님의 비전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소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양평동 영은교회(고일호 목사) 청년부 예배시간. 박병우 청년부 담당 목사는 장도(壯途)를 앞둔 5명의 청년부 회원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영은교회 ‘유스비전(youth vision)’ 19기 팀원들.

유스비전은 이 교회 성도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통해 교회 청년들의 유럽 배낭여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995년부터 시작해 올해 19기까지 총 89명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교회 청년 5∼6명이 한 달 남짓한 일정의 유럽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경비 가운데 3분의 2 정도(250만∼300만원)를 안수 집사회부터 여전도회 회원, 개인 후원자 등 교회 성도들이 십시일반 모아 지원해주는 것. 교회 젊은 세대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교회판 신사유람단’이라 할 만하다.

유스비전이 탄생하게 된 건 허남기 영은교회 원로 목사의 아이디어였다. ‘교회 청년들의 삶의 지경이 더욱 넓어지도록 교회 젊은 성도들이 힘써보자’는 취지였다.

교회 측은 유스비전 프로그램을 만들 때 몇 가지 원칙을 뒀다. 되도록이면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며, 기본적인 영어회화 테스트도 실시하도록 했다. 여행 경비 지원액은 전체 비용의 70∼80%선. 30∼40일 되는 여행 기간 동안 방문지와 숙식, 교통편 등 모든 일정은 참가자들이 정하도록 했다.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유스비전 실무를 10년 넘게 담당한 김경원(63) 권사는 “처음에는 젊은 성도들이 후원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온 교회 성도들이 동참하고 있다”면서 “우리 교회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교회 성도들 사이에서는 유스비전팀의 여행기간, 이들과 교회 청년을 위한 기도가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지난달 25일, 출국을 이틀 앞두고 만난 19기 회원들은 차분해보였다. 이들은 영국과 프랑스, 체코, 독일 등 8개국을 거쳐 이달 31일 귀국할 예정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홍은희(25·여)씨는 “취업 대신에 유스비전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면서 “이 기회를 통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막내인 이기현(21·여)씨는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더 넓어진 시야를 갖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준비과정을 지도한 청년부 박 목사의 기대는 유스비전의 목적과 일치한다.

“여행을 하면서 각종 돌발 상황과 마주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법을 배우고 돌아오면 좋겠어요.”

유스비전 프로그램은 이미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이 교회 부교역자로 섬겼던 엄인영 목사는 전남 광양중앙교회로 부임한 2005년 이래 같은 방식으로 유스비전 팀을 만들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