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뮤지컬’ 주연 맡은 슈퍼주니어 보컬 려욱 “주인공 트로이와 난 닮은꼴”
입력 2013-07-07 17:14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메인 보컬 려욱(26)이 뮤지컬 무대에 선다. 국내 초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이스쿨 뮤지컬’의 주인공 트로이 역이다. 트로이는 미국 이스트 고등학교 농구부 주장인 교내 최고 스타. 농구부 코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농구밖에 모르고 자랐지만, 스키캠프에서 만난 가브리엘라와 노래를 부르게 된 후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꿈을 발견하게 된다. 2011년 ‘늑대의 유혹’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후 두 번째 뮤지컬에 출연하게 된 려욱을 최근 이 공연이 열리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만났다. 원하던 작품의 주연을 맡아 들뜬 모습이었다. “원작인 동명의 영화를 인상 깊게 봤어요. 예전에 작품 속 노래가 너무 좋다고 트위터에 올린 적도 있었죠. 이번에 한국에서 ‘하이스쿨 뮤지컬’이 공연된다고 하니까 팬들이 려욱이 트로이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죠.”
같은 소속사인 걸그룹 f(x)의 루나(가브리엘라 역)에게 먼저 캐스팅 제의가 왔다. 려욱은 그 대본을 보고 오디션을 자청했다. “멤버들도 다 부러워해요. 슈퍼주니어 중 누가 해도 어울렸겠지만 감미로운 노래만큼은 제 감성과 딱인 것 같아요. 하하.”
실제로 려욱과 트로이는 닮은 점이 많다. 그는 서울 덕원예고 재학 시절 클래식 음악(작곡)을 전공했다. 그때는 교수가 꿈이었다. 우연히 ‘별밤 뽐내기 대회’와 ‘친친가요제’에서 수상하며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돼 2005년 슈퍼주니어 멤버로 데뷔하게 됐다. “클래식 작곡을 하다가 대중가수가 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심했어요. 가수로 나섰다가 잘 안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그렇게 고민하던 모습이 트로이와 닮았죠. 트로이도 농구부 주장이지만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하거든요.”
무대에는 제법 현란한 농구 동작이 나오지만 그는 실제로 농구와는 안 친하다. “중학교 3학년 때 농구하다가 다친 적이 있어요. 피아노를 쳐야 하는데 다칠까봐 농구는 거의 못했어요. 데뷔 후에 농구 좋아하는 멤버들에게 좀 배웠지요.”
뮤지컬은 가수와는 다른 끈끈한 협동과 긴 호흡이 필요하다. “약속된 동선, 음악, 연기를 공연 기간 내내 수차례 반복해야 하지요. 곡마다 3∼5분간 몰입해야 하는 가수로 무대에 설 때와는 달리, 2시간30분 동안 다른 배우들과 한 호흡으로 맞춰나가야 합니다. 어려움인 동시에 매력이지요.” ‘하이스쿨 뮤지컬’은 사랑·에너지·꿈을 주제로 한 청춘 뮤지컬. 려욱은 앞으로 ‘김종욱 찾기’ 같은 소극장 뮤지컬이나 ‘레미제라블’ 같은 진중한 작품도 꼭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려욱은 바쁘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슈퍼주니어 월드투어에 이어 6일에는 싱가포르 무대에 섰다. 24일에는 일본에서 음반이 발매되고 도쿄돔 공연도 예정돼 있다. 매일 밤 KBS 2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단독 DJ도 맡고 있다. 여기에 뮤지컬 연습까지 해야 돼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모자를 지경이다.
그는 “바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여행이나 연애도 하고 싶지만 막상 일이 없다고 상상해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가수, 뮤지컬 배우, DJ 등 맡은 일을 정말 최선을 다해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트로이 역에는 려욱과 함께 뮤지컬 배우 강동호,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의 이재진, 가브리엘라 역에는 뮤지컬 배우 오소연, f(x) 루나, 걸그룹 AOA의 초아가 캐스팅됐다. 9월 1일까지 공연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