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주의 꾸짖는 판소리극 ‘사천가’

입력 2013-07-07 17:14


젊은 소리꾼 이자람(34)의 판소리극 ‘사천가’가 한 달간의 장기 공연에 들어간다. 판소리는 장르 특성상 장기 공연이 힘들다. 소리꾼의 체력 소모가 크고, 관객층도 그리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천가’는 다르다. 2007년 초연 이후 전회 매진되며 국내외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다. ‘사천가’가 9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정통 판소리 형식을 취하면서도 ‘요즘, 여기’의 이야기를 다뤄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혔다는 점.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모티브로 현대 한국 사회를 담았다. 착하게 살고자 하는 뚱뚱한 백수 아가씨 ‘순덕’이 외모지상주의, 학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이 판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겪는 고군분투기가 유쾌하면서도 눈물겹게 그려진다.

이자람의 끼와 매력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그는 재치 넘치는 연기와 변화무쌍한 캐릭터 변신으로 2시간 내내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이번 공연에는 이자람과 함께 풍성한 고음이 매력적인 소리꾼 이승희, 노련미와 당당함이 돋보이는 김소진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 전석 5만원(1588-5212).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