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복지 실현 또 다른 축 기독교봉사 ‘디아코니’

입력 2013-07-07 19:02 수정 2013-07-07 23:38


3만 1000여개 기독 기관, 하루 100만명 이상 섬긴다

독일 남부 헤센 주에 자리잡은 ‘니더 람스타트’ 공동체. 이곳은 1899년 간질 환자를 위한 단체로 출발해 지금은 신체·정신적 장애인과 사회 부적응자를 위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주민 230여명은 목재, 철재, 수공예, 농사, 엔지니어, 요리 등 분야에서 일하면서 평범한 삶을 이어간다. 이 공동체는 ‘장애를 특별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모두가 장애와 상관없이 그저 정상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식구들은 주 중에는 작업장에서 일하면서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에는 비장애인도 참석한다. 성찬식에는 지적장애인이 목회자를 도와 성찬을 준비하는데 진행이 더디더라도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1999년 5월 이곳은 ‘니더 람스타트 디아코니’란 이름을 얻었다.

◇독일 복지를 지탱하는 디아코니=‘디아코니’는 봉사와 헌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디아코니아’의 독일어다. 개신교 사회봉사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는 디아코니는 ‘복지국가’ 독일을 떠받치는 가장 강한 힘이다. 독일의 국가복지 시스템은 정부와 민간의 협업 방식이 주요한 특징이다. 의료·요양·보육 분야에서 민간단체가 시설을 설립하고 전문가 그룹이 투입돼 ‘복지’를 실현시킨다.

민간단체에는 6대 비영리 복지재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기독교봉사회의 ‘디아코니’와 가톨릭 계열의 ‘독일카리타스연합회’가 가장 규모가 크다. 노동자복지회, 독일복지단체협의회, 독일적십자사, 유대인중앙복지회 등이 그 뒤를 이어 독일의 복지를 지탱한다.

독일 개신교 디아코니사업단(EKD)에 속한 디아코니 기관은 현재 3만1000여개에 달하며 직원만 45만여명이다. 직원들은 자원봉사자 40만명과 함께 하루 100만명 이상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아코니 없는 독일 복지시스템은 상상할 수 없다. 전체 장애인 시설의 50%, 유치원 25%, 병원 10%가 디아코니 기관에 의해 운영된다. 여기에 1만8000여개의 독일 교회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25개 주교회와 9개의 자유교회, 90개의 전문협회도 EKD에 포함된다.

독일 기독교의 디아코니 역사는 1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한 힌리히 비헤른(Johann Hinrich Wichern) 목사는 당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함부르크에 복지시설 ‘라우에 하우스’를 설립했다. 그리고 빈민, 실업자, 고아들을 데려다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켰다.

비헤른 목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교회 내 직분 개혁을 진행하면서 남성 전문 섬김직제인 ‘디아콘’을 만드는 데도 앞장섰다. 디아콘은 여성 전문 섬김직제인 ‘디아코니세’와 함께 1960년대 국가공인 자격까지 얻으면서 교회의 디아코니 활동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이처럼 국가와 교회의 연합은 독일의 국가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기독교가 독일의 정치체계를 형성하면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다.

독일 지역교회는 디아코니 활동 중 환자 간호와 주간 아동시설, 봉사단 등을 주로 담당한다. 환자 간호는 1960년대에 간호 수발자들이 줄어들자 정부와 교회, 지역사회에서 봉사자들이 나오면서 자리를 잡았다. 주간 아동시설은 유아방(1∼3세), 유치원(3∼6세), 방과후 교실(6∼12세)로 나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봉사단은 방문섬김단, 이웃섬김단, 청소년사역, 망명자 돌봄 그룹, 장애인을 위한 그룹 등으로 나눠져 있다.

비헤른 목사가 ‘라우에 하우스’를 설립한 이후 디아코니 시설은 병원, 장애인, 노인, 청소년, 아동 분야에 폭넓게 확산됐다. 현재 디아코니에서 운영 중인 병원은 355개에 이르며 10만여명의 종사자들이 일하고 있다.

장애인시설은 2200여개에 6만3600명의 실무자가 참여하고 있다. 지체 및 정신장애인을 위한 병동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주간시설과 작업장, 특수아동 유치원, 정신장애인학교, 기숙사 등을 갖추고 있다. 독일 전체 아동센터(유치원)의 30%는 기독교아동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EKD에 속한 아동센터는 9000여개로, 6만2000여명의 전문 아동 보육사가 일하고 있다.

노숙인과 도착증 환자, 제소자, 망명자를 위한 섬김 활동에도 디아코니가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주거부정자 70%가 400여개의 디아코니 시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주교회와 디아코니는 실업자 복지영역에서 재정과 인적 자원을 제공하고 관공서와 연결해 도움을 주거나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다.

◇복지의 주(主) 재원은 교회세=이런 활동을 위한 비용은 종교재단의 주 재원인 교회세에서 나온다. 신자들은 소득세의 8∼9%를 교회세로 납부한다. 교회세 중 정부관리비(2∼4.5%)를 제외한 나머지는 교회 수입이다. 2011년 교회가 받은 세액은 총 42억5600만 유로(약 6조2500억원)였다. 이 중 10%인 4억 유로가 대인 사회복지서비스 비용으로 쓰였다.

지난달 28일 한국을 방문한 독일 헤센 나사우 주 디아코니 대표 볼프강 게른 목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디아코니는 교회의 얼굴이 되고 있다”며 “독일 사회 속에서 디아코니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 이승열 목사는 “디아코니의 사회복지는 단순히 교회의 시혜적 차원의 봉사가 아니다”면서 “국가 복지시스템과 기독교 철학이 맞물린 사회봉사라는 데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