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기독교인, 빈부격차 해소·환경문제 적극 참여”

입력 2013-07-07 17:55 수정 2013-07-07 23:41


獨 개신교 리더 마르쿠스 드뢰게 목사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남과 북의 정치적 갈등, 부자와 빈자의 사회적 갈등을 치유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슐레지쉐 오버라우지츠 총회를 책임지고 있는 마르쿠스 드뢰게(59) 목사는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드뢰게 목사는 독일 개신교를 대표하는 20명의 감독(Bischof) 중 한 명이다. 그의 노회에는 110만명의 교인이 등록돼 있다.

만난 사람=신종수 산업부장

-독일 교회는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베를린은 100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곳이다. 무슬림들도 많다. 베를린 교회는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베를린에는 160여개의 외국인 교회가 있다. 한국인 교회도 13개 있다. 독일 교회는 많은 외국인이 베를린에 와서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도록 기도한다.

독일 교회가 하는 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독일 사회 내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기독교단체인 디아코니가 있다. 사회봉사와 섬김의 일을 하는 곳이다. 디아코니는 현재 독일 정부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디아코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많을 정도다.

개신교 단체인 디아코니와 천주교 단체인 카리타스가 정부 위탁을 받아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일을 잘하는 곳에 사회복지 업무를 맡긴다.”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만약 디아코니가 양로원을 짓는다면 정부가 돈을 전액 지원한다. 그 대신 디아코니는 일을 아주 잘해야 한다. 정부는 결과를 점검한다. 만약 일을 못하면 돈은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독일 정부는 사회적인 일을 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는데, 디아코니 또는 카리타스 같은 봉사 단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양로원, 장애우 쉼터, 유치원, 학교, 병원 보조원을 교육시키는 기관, 외국인 노동자 또는 실업자들 돌봐주는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지원한다. 그게 디아코니의 역할이다.”

-교회가 사회복지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하는 걸로 이해하면 되나.

“그게 맞다. 그런데 거기에는 계약이 있다. 디아코니와 국가 간 일정 기간 계약이 있다. 이 일을 누가 받느냐는 건 상당히 자유롭다. 국가는 일을 잘하는 곳에 준다. 적십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군소 복지단체일 수도 있고. 이렇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사회복지국가(welfare state)라고 한다.”

-교회가 통일과정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나.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과 서독의 교회는 서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었다. 동독 교회는 서독 교회를 방문하지 못했지만 서독 교회는 동독 교회를 방문할 수 있었다. 공산주의 치하에서도 동독 교회는 서독 교회와 파트너 관계 속에서 시민의식을 키워갈 수 있었다.

통일운동과 민주화 운동 당시 동독의 교인들은 시위를 나가기 전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들이 민주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왔던 것이다. 동독 교회는 절대 폭력을 휘둘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동독 교회의 역할에 힘입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이 평화로울 수 있었다. 장벽이 무너지고 난 다음 동독 정보기관 관계자는 “우리는 어디든 다 감시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미리 예상할 수 있었는데, 교회가 촛불을 밝히고 기도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벽이 무너진 이후에는 이제 교회는 종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종교개혁, 프로테스탄티즘과 기독교적 소명의식 등이 독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독일 역사에서 종교개혁 시대를 보면 소명의식이 정말 중요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성스럽게 교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부로서, 내가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독일 역사에서 매우 중요했다는 말이다. 이 소명의식이 확실히 독일인의 의식 속에, 성품 그리고 윤리와 도덕 속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상관없이 기독교인은 모두 다 사회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 빈부격차나 환경문제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다.

독일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원봉사자로서 일한다. 그게 18세 미만의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강하다. 기독교적 가치관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중에도 기독교인이 매우 많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개신교 목사 딸이다.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동독 출신)도 개신교 목사다. 동독에서 목사였던 사람들은 사회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통일 이후 정치에 많이 참여했다. 통일 이후 새로운 사회제도를 책임 있게 이끌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소명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그때 우리는 종교개혁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보여주려 한다. 비텐베르크는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도시다. 이곳에 세계 모든 사람을 초청해 종교개혁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볼 것이다. 여러분 모두를 초대한다.”

-독일에 미텔슈탄트(히든챔피언)가 많은데 경제 발전에도 기독교적 가치관이 작용했다고 보나.

“기독교 정신이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전체 사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오늘 독일에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가족 안에서 기독교적 윤리 교육을 받아왔다. 자신은 기독교인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런 기독교 윤리가 몸에 배어 있다고 봐야 한다. 독일 교회 목사의 의무는 깊이 박혀 있는 기독교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을 안다. 남북이 분단돼 있고, 지금 평화협정을 맺지 못한 상태에 있다. 독일에 돌아가면 교회에 한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돕자고 말할 것이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성공을 했든 안 했든, 모두에게 존엄성이 있고 가치가 있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적 약자들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잘 받지 못한다. 그러나 성경은 성공을 했거나 못했거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내가 주님 안에서 기뻐할 수 있는 이유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줄 수 있는 복음이 한국에 많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한국에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에 매우 마음이 아프다. 어려움 속에서 여러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도 충분히 살 가치가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교회를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

정리=문동성 기자

드뢰게 목사

2009년부터 110만 교인이 있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슐레지쉐 오버라우지츠 지역 개신교회의 감독직을 맡고 있다.

1954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태어난 그는 본, 뮌헨 대학을 거쳐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86년부터 2009년까지 코브렌츠에서 목회를 했으며 2004년까지 노회장을 지냈다.

그는 2000년 코브렌츠-란다우 대학에서 조직신학을 강의했다. 2010년 6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개신교 개발도상국 지원기관 감시회의 회장을 지냈다. 2012년 10월부터는 독일 개신교 단체와 개신교 개발도상국 지원기관, 세계를 위한 빵 나눔회가 연합해 새롭게 만든 ‘디아코니와 개발도상국 발전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등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