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주니어 ‘정현 돌풍’ 태풍으로…7일 결승전
입력 2013-07-06 00:41
한국 테니스의 ‘신성’ 정현(17·삼일공고)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2256만 파운드) 주니어 남자단식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주니어 세계 랭킹 41위인 정현은 5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막시밀리안 마르테레르(주니어 30위·독일)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대 1(6-7<5-7> 6-1 6-3)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은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 슬램 대회 주니어 단식 우승에 도전한다. 결승 상대는 왼손잡이로 ATP 랭킹 405위에 올라 있는 잔루이지 퀸치(주니어 7위·이탈리아)다.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결승에 한국 선수가 오른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역대 한국 선수가 4대 메이저 테니스 주니어 부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1994년 윔블던 여자 전미라, 1995년 호주오픈 남자 이종민, 2005년 호주오픈 남자 김선용 등이 기록한 준우승이다.
정현은 왼손잡이인 마르테레르의 강서브에 고전하며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2세트 들어 정현의 정교한 플레이가 살아났다. 정현이 정확하고 날카로운 백핸드로 스매싱을 받아치자 마르테레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정현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로 가뿐하게 2세트를 따냈다.
3세트가 시작되자 마르테레르가 전략을 바꿨다. 랠리가 길게 이어지면 정현에게 밀린다는 사실을 간파한 마르테레르는 속전속결로 승부를 내려 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져 날카로운 공격을 하지 못했다. 정현은 2-2 동점에서 마르테레르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따내며 4-2로 달아난 정현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낚았다.
정현은 테니스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정석진(48·삼일공고 감독)씨는 실업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형인 정홍(20·건국대)은 한국 테니스의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정현은 죽산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8년 오렌지보울 12세부 챔피언에 올랐다. 그 덕분에 이듬해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미국 IMG에 전격 발탁돼 방학 때마다 형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의 특별관리를 받았다.
기량을 급성장한 정현은 수원북중 3학년 시절이던 2011년 12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오렌지보울 테니스 국제주니어대회 16세부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2차 대회(G2) 단·복식을 석권했다. 지난달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제퓨처스 대회에서도 단식 정상에 올라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17세 1개월) 퓨처스 단식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6년생인 정현은 초고교급 ‘대물’이다. 정신력이 강하고 위기 관리능력도 뛰어나다. 서브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단점으로 꼽히는데, 이는 체력이 좋아지고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정현은 지난해 프랑스 오픈과 US오픈에서 각각 2, 3회전에 그쳤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큰 무대에서 외국 선수들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은 것이 이번 대회에 큰 도움이 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