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금리 0.5% 유지”

입력 2013-07-05 19:17

유럽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여파와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위기를 차단하기 팔을 걷어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일(현지시간) 0.5%의 현행 초저금리 유지 결정을 밝히며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리스 위기 심화와 포르투갈 정국불안이 겹치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유로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양기조를 유지키로 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이날 마크 카니 신임 총재(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어 현행 3750억 파운드(약 644조원)의 양적완화 규모와 현행 기준금리(0.5%)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카니 총재 취임 후 첫 MPC 결정이 열린 이날 BOE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최근 (영국) 국내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들이 성급하게 기준금리 상승에 돈을 거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의 채권수익률 상승이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ECB와 BOE는 특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발표 이전에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앙은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 선제적 안내는 통화정책 전망을 구체적인 경제수치와 연동해 제시하는 제도다.

드라기 총재는 향후의 정책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관례를 깨고 앞으로 구체적인 ‘안내’를 제공키로 했다며,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전략을 예고한 뒤 증폭된 시장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카니 BOE 총재도 다음달 MPC 회의에 맞춰 선제적 안내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 중에선 Fed가 지난해 12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5%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실업률 6.5% 목표를 이룰 때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선제적 안내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이탈리아와 연례 점검회의를 마치고 올해 이탈리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대비 0.3% 낮춘 -1.8%로 수정하며 “이탈리아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성장전망을 그저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탈리아가 개혁을 위한 노력을 유럽 전역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ECB에 직접 자산 매입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