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 “잘못된 쿠데타” 비판 확산

입력 2013-07-05 19:17

이집트 정부가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이 쿠데타가 아니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서방 언론들의 ‘잘못된 쿠데타’ 비판은 고조되고 있다.

모하메드 카멜 아므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전혀 쿠데타가 아니다”며 “전체 국민의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집트는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이기에 이집트의 안녕은 미국에도 중요하므로 상황을 올바르게 읽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카이로 주재 타국 대사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여러 나라 외무장관에게도 전화했다. 군부의 조치가 쿠데타로 규정되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원조가 중단되고 경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방언론들의 비판적 시각은 확고하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아랍의 봄이 군부의 여름으로 변했다’는 칼럼에서 “이집트가 부패한 장군들과 지하디스트(이슬람전사) 사이에 낀 50년간의 교착상태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지난 50년간 군부가 이슬람주의를 지지했다면서 “이번 쿠데타로 이집트에서 민주적 절차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사그라지고 코란과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는 지하디스트들이 발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사설은 “이집트 군부는 자유로운 미래를 위한 시녀가 되지 않을 것이고, 민주주의는 근면한 민주주의자들이 있어야 한다”며 향후 대선에서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2011년 혁명이 민주주의의 폐기로 끝나는 것을 이집트인들이 허락한다면 비극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은 “이번 쿠데타는 지난 반세기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집트가 2011년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냈을 때만 해도 독재에서 민주주의 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리비아, 튀니지, 예멘 등은 이집트와 다른 독자적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