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軍, 무르시 지지자들에 발포…최소 3명 사망
입력 2013-07-05 19:17 수정 2013-07-06 00:27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처음 무슬림형제단 등 지지 세력의 시위대에 군이 발포하면서 이집트 사태가 유혈로 번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5일 수도 카이로에서 군이 공화국수비대 사령부로 행진하던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3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사망자가 5명이라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시위대 2000여명이 “(군부는) 배신자”, “무르시는 우리의 대통령”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무르시가 갇혀 있는 사령부 인근에 접근했을 때 총성과 함께 여러 명이 쓰러졌다고 전했다.
시나이 반도 라파 지역에서도 과격 이슬람주의 무장 시위대가 보안시설을 습격해 군인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이슬람 세력의 반격에 맞서 군부는 가자지구 국경을 폐쇄하고 수에즈 운하와 시나이 반도 등지에 최고 수준의 비상대기 상태를 발령했다.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 세력은 이날을 ‘저항의 날’, ‘거부의 금요일’로 규정하고 수만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반무르시 시위대는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친무르시 시위대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있다. 찬-반 무르시 진영의 충돌이 자칫 내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혼란 속에 이집트 이슬람주의의 운명이 다른 아랍권 국가들의 이슬람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집트는 아랍권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해 온 나라라는 게 이유다.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하는 이슬람주의파는 현재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다. 군부는 전날 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인 무함마드 바디에 의장을 전격 체포한 것을 비롯해 무슬림형제단과 전(前) 여당인 자유정의당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 나섰다. 무슬림형제단은 아랍 전역에 조직을 갖고 있으나 이집트가 본거지다. 이집트에서 세력을 잃게 될 경우 다른 나라에 있는 조직도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2011년 시민혁명 이전 줄곧 탄압만 받던 시절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요르단 정치평론가 라빕 카마위는 “이집트의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닥칠 일이 다른 국가에 있는 이슬람주의자들의 지위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것이 아랍 이슬람주의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다. 이집트에서 (실권을) 잃으면 모든 곳에서 잃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이집트를 “아랍 세계의 정치·문화적 트렌드 세터이자 무슬림형제단의 태생지”라고 설명했다.
구성찬 양진영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