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기록을 찾아서] (3) 사이클 에디 먹스

입력 2013-07-05 19:13


통산 우승 무려 525회, 한 시즌 최다 54회 챔프

“사이클이 존재한 이후 최고의 업적을 남긴 선수.”(프랑스 사이클 전문매체 ‘벨로’) “사이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미국 사이클 전문매체 ‘벨로뉴스’) 역대 최고의 사이클 리스트로 벨기에 출신 에디 먹스(68·사진)를 뽑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그처럼 오랫동안 대회에 출전해 많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직껏 없다.

1961년 16살의 나이로 처음 대회에 출전한 그는 1978년 33살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1800여개의 사이클 대회에 출전해 통산 최다인 525회의 우승, 한 시즌 최다인 54회 우승을 기록했다.

20살 때 프로로 전향하기 전에 이미 80회 우승을 달성한 그는 이후 세계 3대 자전거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5회), 지로 디탈리아(5회), 부엘타 이 에스파냐(1회)에서 우승했다. 특히 6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개인종합(옐로 저지), 포인트(그린 저지)와 산악구간(레드 도트 저지)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전대미문의 트리플을 작성했다. 투르 드 프랑스 100년 역사상 한 대회 트리플 달성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또한 세계도로사이클선수권대회를 4회 석권했으며, 밀라노-산레모와 파리-루베 대회 등 세계 최고의 사이클 클래식 대회에서 모두 19회 우승했다. 특히 66년부터 75년까지 10년 동안 출전한 사이클 대회에서 21∼45%라는 무시무시한 승률을 기록했다. 75년 45%를 비롯해 30% 이상이 5회나 된다. 이 때문에 그는 ‘사이클의 식인종’ ‘반은 사람, 반은 자전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가 거둔 성과는 도핑 때문에 프로 데뷔 이후 기록이 모두 말소되긴 했지만 1990∼2000년대 사이클계 최고 스타였던 랜스 암스트롱의 성과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암 투병 때문에 쉰 기간이 있는 암스트롱은 대회 참가 횟수부터 먹스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우승 횟수 역시 훨씬 적다. 암스트롱은 메이저 대회 가운데서는 투르 드 프랑스 6회와 세계도로사이클선수권대회 1회 우승에 그쳤으며, 클래식 대회 역시 우승 10여회에 불과하다.

먹스는 은퇴 이후 방송사에서 사이클 대회의 해설자로 활동하는가 하면 벨기에 국가 대표팀 코치와 투르 드 카타르의 고문 등을 맡아 사이클 발전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의 이름을 딴 자전거 회사의 설립이다. 소규모 공방으로 시작했던 그의 회사는 이제 명품 사이클 제조회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암스트롱 때문에 만천하에 공개된 사이클계의 도핑 풍조와 관련해 그는 선수 시절부터 도핑을 비판해 왔다. 하지만 그는 현역 시절 도핑 테스트에서 3번의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 첫 번째는 테스트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주치의의 처방 실수로 결론났다. 그러나 혈액 도핑 등 첨단 도핑법과 그에 따른 도핑 판정법이 발달된 요즘과 비교해 당시엔 판정 기술이 허술했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선 그의 기록에 의심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그가 세계 최고의 도핑 전문 의사로 알려진 미셸 페라리를 암스트롱에게 소개했다는 점은 이런 의혹을 키웠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해 암스트롱 파문 이후 “나는 도핑을 반대한다”며 “도핑 때문에 더럽혀진 사이클계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 그는 2004년 받은 식도 수술에 이어 지난 3월 심장 이상으로 심장박동 보조장치를 착용하는 등 투병중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