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대책 빠진 ‘지방공약’… 차기정부에 부담 넘겨

입력 2013-07-05 19:03


정부가 ‘뜨거운 감자’인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사업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되 지역공약으로 언급된 사업들은 원칙적으로 이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공약 전체 재원 가운데 현 정부 임기 내에 투입되는 비용은 전체 재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또 민자사업을 활성화해 정부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공약 이행 속도 낼까=기획재정부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전체 지역공약 106개(사업 167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124조원이라고 밝혔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진행 중인 계속 사업이 40조원(71개), 신규 사업이 84조원(96개) 규모로 책정됐다. 재원은 국비뿐 아니라 민간투자를 비롯해 공공기관 투자, 지방비 등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신규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이 대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내년까지 마무리하고 기본 설계 등 이후 절차를 시작한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하의 소규모 사업들은 우선 집행할 예정이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브리핑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내용이 구체화된 사업들은 사전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고 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공약들은 타당성 있는 사업으로 재기획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공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업들은 최대한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공약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 굵직굵직한 SOC 사업들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수도권광역철도(GTX)는 총 사업비가 13조원 이상 될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 어느 곳에서든 서울 도심까지 30분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된 사업이다. 지역적으로 소외된 경남·북 내륙지방의 개발 촉진 차원에서 구상된 남부내륙철도 사업에는 6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차기 정부, 미래 세대 부담 커진다=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계획에 현 정부의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다. 차기 정부가 재원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총 사업비 124조원 가운데 계속사업 40조원에 투입되는 국비는 26조원이다. 이 가운데 현 정부 임기 내 투입되는 재원은 14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간투자(6조6000억원), 지방비(4조8000억원) 등으로 충당한다.

신규사업 84조원은 사업내용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연차별 재원과 내역조차 나오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어느 정도를 부담할지,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신규사업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사업규모를 확정해 가야 한다”며 “논의과정에서 사업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인 재원 소요는 지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SOC사업은 특성상 첫 삽을 뜨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속도로나 대형 철도의 경우 설계에만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낸다 하더라도 착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규사업의 경우 사전 준비 작업만으로 정권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차기 정부가 지역공약의 실질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자사업은 정부가 일정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데다 수익성이 우선이어서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민간제안을 허용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BTL방식은 민간업체가 도로·철도 등을 건설하고 국가가 이를 임대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민자사업을 운영할 때 최소수입보장방식(MRG)을 줄이고 사업비용만 보장하는 비용보전방식(CC)으로 바꿔 정부가 과도하게 책임져온 비용도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부담이 늘어 미래 세대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민자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사업”이라며 “민자사업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