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기업 늘리고 中企 줄여야
입력 2013-07-05 19:11
국세청이 4일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수익을 올려 증여세를 내야 하는 1만명과 법인 6200곳에 신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증여세 납부 대상자는 지난해 세후 영업이익을 낸 기업의 주주로서 계열사 거래 비율이 30% 이상이고, 수혜 법인의 지분 3% 이상을 가진 지배주주와 친족 등이다. 대상자는 이달 말까지 신고·납부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과세 요건이 한층 강화돼 증여세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국세청은 대상 기업과 주주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업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 오너와 일가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129억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 108억원, 이재용 삼성 부회장 87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5억원의 세금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면 연간 1000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상자들이 지분 정리 등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세수 증가액을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다.
재벌 오너의 2·3세들은 편법으로 재산을 늘리기 위해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수법을 써 왔다. 정기적으로 엄청난 일감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영능력이 없어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애로가 없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것처럼 쉽게 부를 축적하는 후진적인 환경에서는 기업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재계가 정부의 과세 방침에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비판을 받을 만하다. 법에 따라 납세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와 관련해 생각할 부분은 있다. 과세 대상자 1만명 가운데 30대 그룹의 6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중견·중소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 등이다. 정부는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견·중소기업인의 조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지배주주의 친족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지분율을 3% 미만으로 쪼개서 보유하는 편법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