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벨트 사업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입력 2013-07-05 19:07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이 될 모양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4일 대전에서 동시에 최고위원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가 전날 과학벨트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과학공원에 입주시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과학벨트 수정에 따른 지원을 약속한 반면, 야당은 원안 유지를 주장했다.

과학벨트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및 첨단 비즈니스 허브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으로 2011년 대전 신동·둔곡동이 거점지구로, 이곳과 인접한 충북 청원과 충남 천안, 세종시가 응용연구를 맡을 기능지구로 결정됐다. 하지만 2010년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도시로 바꾸려던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과학벨트 사업은 탄력을 잃었다. 이후에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지 매입비 분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대전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래부와 대전시가 엑스포공원을 20년간 무상 임대하는 방향으로 부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것은 고육지책이다. 재정에 여력이 없는 두 기관이 청산명령이 내려질 정도로 부실화된 엑스포과학공원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책사업을 변경할 때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던 당초 복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선정된 입지를 재조정함으로써 관련 지역주민들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는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다. 이런 과정이 생략되니 정제되지 않은 이기주의만 분출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책사업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특정 지역 민심을 부추겨 선거와 연결시키려는 일은 금물이다. 정치가 지역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해 국책사업을 뒤흔든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역민원 수렴이 정치의 고유 기능이긴 하지만 표만 바라보느라 국가 이익의 대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