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당성 없는 공약은 과감히 접어라

입력 2013-07-05 18:56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약속한 167개 지역사업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공약가계부’ 발표에 이어 ‘지역공약가계부’까지 완성돼 박 대통령의 임기 중 추진할 핵심 사업의 얼개가 확정된 것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정부는 167개 지역사업에 국비, 지방비, 민자를 포함해 124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40조원 규모인 71개 계속사업에는 국비 26조원, 지방비 4조8000억원 등이 들어간다. 84조원이 예상되는 신규사업의 경우 중앙·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이 각각 얼마씩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같이 엄청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복지 등 일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134조8000억원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들어올 돈은 정해져 있는데 쓸 곳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올 들어 4월 말까지 덜 걷힌 세금만 8조7000억원이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11조6000억원을 삭감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업비를 분담해야 하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도 좋지 않다. 정부는 민자사업을 최대한 활성화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민자시장 역시 최악의 상태여서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정부가 96개 신규사업 추진에 앞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벌여 사업 추진이 적합한지를 판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상당수 지방사업 공약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밀한 조사를 거쳐 타당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보류하거나 중단할 필요가 있다. 공약을 말잔치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마구잡이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당장 해당 지역의 반발이 우려되지만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시작한 사업은 더 큰 지역갈등을 불러왔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