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美 대사관 폐쇄 경고
입력 2013-07-05 18:22
미국이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폭로로 야기된 ‘에드워드 스노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로부터 스노든이 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 탑승기의 영공 진입 거부를 당한 볼리비아는 끝까지 미국을 괴롭히기로 작정한 분위기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이 탄 비행기가 영공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미국이 유럽 국가들을 압박했다며 필요할 경우 볼리비아 내 미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에는 미국 대사관이 필요 없다”며 “대사관을 폐쇄하는 데 있어 내 손은 떨리지 않는다. 우리는 존엄과 주권을 갖고 있으며 미국이 없다면 정치적으로나 민주적으로 더 낫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차 로렌티 유엔 주재 볼리비아 대사는 “대통령 탑승기를 강제로 행로를 바꾸도록 한 것은 공격행위이고 국제법 위반”이라며 영공 진입을 거부한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을 유엔에 제소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미국이 유럽에서 행한 인터넷·통화 감시 등 스파이 행위의 실상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유럽연합(EU) 회원국 금융정보 및 여행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협정을 폐기토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U 회원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반드시 이를 이행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스노든이 폭로한 주요 EU 공관과 회원국 정부 시설에 대한 미국의 스파이 행위에 대한 유럽 국가의 분노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미국과 EU는 8일 워싱턴DC에서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위한 경제 전문가 회의와 함께 정보수집 파문을 논의할 안보·정보 전문가 회의를 열기로 해 스파이 파문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도청 의혹에 대해 유럽, 특히 독일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3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별도의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