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감성의 언어로 말하기

입력 2013-07-05 18:22

부부세미나에서 중년의 부부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사랑해 당신을’이란 노래를 부르면 대부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현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녀들을 키우며 가정과 직장에서 서로 바쁘게 살다보니 부부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진심이 담긴 심정을 고백한 기억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부부들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산다. 오랜 시간 함께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부부도 의외로 많다. 그들은 “그걸 꼭 말해야 아나요?”라고 말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 ‘별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무관심해진다.

특히 중년기 부부는 감정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을 양육하며 집을 장만하고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으면서 서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중년기엔 이런 가슴 벅찬 일들이 떠나가고 두 사람만 남는다. 그러나 이 시기 자녀들은 장성해 부모의 곁을 떠나고, 봉양했던 부모님도 돌아가시면서 점차 부부에게 삶의 공통소재들도 줄어든다. 즉 남편과 아내의 공유지가 하나씩 사라지고 마음 밑바닥에 감정만 남는 것이다. 이때 서로의 감정을 공감해주지 못하면 대화의 장벽이 생긴다.

배우자의 감정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우자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중년기 남편은 인생의 가장 불안정한 시기를 보낸다. 평생 일이 전부였던 그들은 은퇴 후, 삶의 의미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듯한 공허감에 빠진다. 반면 이 무렵 아내들은 폐경기에 접어든다. 폐경을 겪는 여성의 60% 이상이 불면증과 불안 초조 등의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에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감성의 언어’가 필요하다. 부부는 서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 심리적 공허감과 박탈감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대화가 가장 필요하다. 부부가 서로 헤어져 있다 만날 때는 미소로 맞기, 이야기 중간 중간에 “알아요” “이해해요” “네”와 같은 말로 동의해 주기, 칭찬해 주기 등을 실천해 보면 감성의 문이 조금씩 열릴 것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