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지친 어르신∼ “무더위 쉼터로 오세요”

입력 2013-07-04 23:04


서울 정릉동에서 홀로 사는 고태자(69) 할머니는 여름철 찜통 같은 집안에서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 했다. 그나마도 전기료 걱정에 선풍기보다 부채질에 의존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고 할머니는 구청이 마련한 무더위 쉼터에서 이웃들과 함께 시원하게 여름을 나고 있다.

서울 자치구들이 올 여름 잦은 폭염이 예상되자 건강 취약계층을 위해 무더위 쉼터나 돌봄 서비스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성북구는 동 주민센터나 복지시설 등을 활용, 관내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거동불편인을 폭염주의보 및 특보 발령 시 대피시키는 무더위 쉼터 177개를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구는 주 2∼3회 취약계층을 방문하는 돌봄 도우미 등과 연계한 종합대책반을 통해 폭염 피해자를 보건소나 쉼터로 이동 조치키로 했다.

성동구는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경로당, 동 주민센터, 복지관 등 163개를 쉼터로 지정했다. 쉼터에는 응급조치와 행동요령, 비상연락망을 비치했고 폭염특보 발령 시 자동 문자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일부 쉼터는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된다. 광진소방서와 함께 119 응급시스템도 구축했다.

양천구도 관내 경로당 등 210개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도우미가 방문, 일사병 등에 대한 응급처치 설명 및 건강체크를 실시하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의 냉방기도 점검해준다. 구 관계자는 “폭염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해서도 지역아동센터 26개를 ‘폭염아동쉼터’로 지정·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는 독거노인, 거동불편자, 쪽방촌 주민 등 6907가구를 대상으로 폭염피해 예방 등을 위해 9월까지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간호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의료인력 20명이 동별로 나눠 맞춤형 건강관리에 나선다.

한편 시는 장마 이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5개 자치구에 무더위 쉼터 총 3391개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관리인력 부족으로 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 등을 막기 위해 인건비 및 냉방비로 쓰일 예산 13억6000만원을 조기 지원키로 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