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약사천 복원사업 496억원 ‘헛돈’

입력 2013-07-04 23:00


4일 오전 9시쯤 강원도 춘천 도심에 복원된 약사천 인근에 다다르자 쾨쾨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악취는 하류로 내려갈수록 더 심해졌다. 100m 가량 내려가자 인부 4명이 물속에서 긴 빗자루를 이용해 부유물질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들이 물속을 걷거나 빗자루질을 할 때마다 바닥에서는 시커먼 퇴적물들이 연방 떠올랐다. 마을 주민들은 “며칠 전 내린 비로 약사천에 하수가 유입돼 춘천시가 인부들을 고용해 청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가 ‘연중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을 만들겠다’며 5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복원한 약사천이 ‘생활하수가 흐르는 약사천’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496억원의 예산을 투입, 약사천(길이 850m) 복원사업을 벌였다. 1984년 도심개발로 사라졌던 약사천을 자연하천 형태로 복원한 뒤 인근 소양강 물을 끌어다 하천에 흘려보내는 사업이다.

하지만 시는 과거 하천에 연결돼 있던 오·우수관의 분리사업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복원작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10㎜ 이상 비가 내릴 경우 교동과 조운동 등지의 생활하수가 빗물과 섞여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약사천 유입 생활하수의 75%를 배출하는 효자동은 지난해 오·우수관 분리사업을 마무리했고, 교동(배출량 15%)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운동(10%)의 경우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사업 착공시기가 불투명하다.

주민들은 “사업의 앞뒤가 바뀐 채 복원사업이 진행돼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모(52)씨는 “약사천 복원 전 오·우수관 분리사업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옳은 순서였다”면서 “비가 올 때마다 인부들을 고용해 빗자루질을 해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올해 조운동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분리사업이 마무리되면 하수 유입량이 크게 줄게 된다”면서 “사업 관련 국비를 확보한 상황에서 하천 복원과 우수관 분리사업 등의 사업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