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비스산업 선진화하려면 기득권 장벽 넘어야
입력 2013-07-04 18:57
30대 대기업 중 서비스 기업이 미국은 12개인 반면 우리는 4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낙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서비스산업은 고용의 70%,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생산성이나 대외경쟁력은 한참 뒤처져 있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45%에 불과하고,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해 141억 달러로 확대일로다. 개발연대 제조업·수출산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외풍에도 굳건히 버텨내면서 추가로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4일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발표하면서 세제·금융 혜택을 제조업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고 서비스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사업화 지원 등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동안 홀대받아 온 서비스산업이 제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시공원에도 바비큐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하거나 준주거지역에 생활숙박시설 설립을 허용하는 등 서비스산업 현장의 ‘손톱 밑 가시’를 빼준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 서비스산업이 한국경제를 먹여살릴 쌍끌이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정부는 콘텐츠산업 진흥 계획과 정보보호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서비스산업 발전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찔끔찔끔 풀어 될 일이 아니다. 정작 의료·법률·교육·금융 등 알맹이는 쏙 빼놓은 채 어떻게 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것인지 정책 의지가 의심스럽다.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은 외환위기 후 정권마다 추진했지만 번번이 직역 이기주의와 부처 칸막이에 막혀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규제를 풀려고 하면 이익단체들이 들고 일어나고, 관련 부처는 밥그릇 뺏길까봐 이익단체 입장을 대변해 왔다. 법률을 바꿔야 하는 국회는 표나 관련 단체 로비 때문에 손을 놓아버렸다. 노무현정부 때 추진돼 10년째 논란을 빚고 있는 영리병원 허용 문제와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7성급 한옥호텔 사업, 현대차가 서울 성수동에 지으려고 계획 중인 110층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은 기득권층의 반발을 우려한 국회가 외면하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박카스와 감기약을 편의점이나 일반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게 되는데 20년이나 걸렸을까. 기득권층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 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