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으로 교직원 연금 대납한 사립대
입력 2013-07-04 18:55
사립대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교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학연금 보험료를 대신 내준 것은 충격적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등록금을 낮춰주지는 못할망정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복지로 사용돼야 할 돈으로 교직원에게 ‘돈잔치’를 벌인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여기에 교육부가 해당 학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이들 학교를 감싸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엊그제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사립대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보험료를 대학들이 대신 내준 규모는 39곳, 1860억원이다. 2011년과 지난해 적발된 대학 5곳의 220억원을 합하면 44개 대학에서 모두 2080억원에 이른다.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교비회계가 주로 쓰였다고 하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교직원들의 배를 채워준 셈이다. 기가 찰 일이다.
사립대 교직원의 처우가 이미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에 밀려 임금 인상이 어렵게 되자 대학들이 교직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다. 일부 대학에서는 단체협약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하니 욕심의 끝이 어딘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학 운영을 감시·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교육부가 비리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2011년에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교육부가 일찌감치 단속을 강화했더라면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추가로 새나가는 494억원은 막을 수 있었다. 교육부가 문제의 대학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학들이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변명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학의 반발보다 학생·학부모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앞에서는 임금 동결을, 뒤로는 연금 개인부담금을 대납하는 식으로 꼼수를 부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교직원들은 대학이 대신 내준 돈을 자진 반납해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스스로 하지 못한다면 교육부가 회수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