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예측 어떻게 했길래… 크루즈선 가로막는 북항대교
입력 2013-07-05 05:00
내년 초 준공되는 부산 북항대교가 근시안적 설계·시공으로 대형 크루즈선의 부산항 입항을 막는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크루즈산업 활성화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는 북항대교를 계획대로 준공할 경우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의 40%가 북항에 시공 중인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할 수 없다고 4일 밝혔다.
부산 남구 감만동∼영도구 청학동을 잇는 총연장 3.3㎞의 북항대교는 내년 4월 개통 예정이고, 현재 공정률은 89%다. 현대산업개발과 한진중공업, 삼한 등이 북항아이브리지㈜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밀물 때 기준 해수면과 북항대교 상판까지의 높이다. 설계도면상 높이가 가장 높은 교량 한가운데가 66.1m다. 교량 왼쪽 끝은 62.6m, 오른쪽 끝은 64m다. 항만 밖에서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인도해 선석에 댈 때까지 안내하는 부산항 도선사회는 “북항대교의 선박 통과 안전높이를 60m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 올해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 100여척 중 40여척이 내년 말 준공되는 부산 북항 내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할 수 없게 된다. 올해 부산항을 찾았거나 입항 예정인 크루즈선은 모두 100척으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2만t급), 보이저호(14만t급), 마리너호(14만t급) 등 40여척의 교량 통과 안전높이가 60m 이상이다. 보이저호와 마리너호는 각각 63.5m이다. 특히 내년 입항 예정인 20만t급 이상 크루즈선의 경우 안전높이가 70m 이상이다.
어떤 크루즈선은 부산 영도구 동삼동 크루즈터미널에, 다른 한 척은 북항대교 밖 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북항대교는 개통 후 반쪽 기능밖에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BPA 관계자는 “선박 통과높이가 60m로 제한되면 대형 크루즈선이 북항에 못 들어와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선박 통과높이를 선박안전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융통성 있게 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시가 당초 차량 통행량 외에 크루즈선 등의 수요 예측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북항대교는 착공 당시 세계 각국의 교량 높이와 건설비용, 안전성 등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 주요 교량의 높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68.5m, 일본 세토브리지 65m, 터키 보스포러스브리지 64m 등이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북항대교의 선박 통과높이를 정하는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각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부산시, BPA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