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홍명보, SNS서사령탑 조롱한 축구 대표에 채찍 들까
입력 2013-07-05 02:05 수정 2013-07-05 05:06
아우보다 못한 형들이 있다. 바로 SNS를 통해 팀의 조직력을 갉아먹고 있는 일부 성인 태극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최강희(전북 현대)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혈액형론’을 반박한 윤석영은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혈액형으로 성격을 평가하는 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해서 올린 글인데 다른 감정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 듯하다”며 “감독님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SNS 파문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려는 순간 기성용이 자신의 비밀 페이스북으로 보이는 글에서 최 감독을 비난하고 조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축구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한 축구 전문기자는 4일 ‘SNS 논란, 해프닝 아닌 심각한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성용이) 어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자신의 SNS 계정을 모두 탈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성용의 페이스북은 하나가 더 있다”고 공개했다.
기성용의 비밀계정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3월 2일의 글은 가히 충격적이다. “쿠웨이트전을 무사히 마쳤다. 사실 이번 게임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최종예선에 가면 이 정도는 정말 택도 없다. 사실 전반부터 나가지 못해 정말 충격 먹고 실망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거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가만히 있었던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하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 국가대표 선수가 사령탑을 대놓고 비난하고, 해외파와 국내파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다니!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내용이다.
축구 팬들은 최근의 상황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느 트위터는 “국가대표 수준이 낮아진 것 같다. 실력은 줄어들고 입만 살아 있다. 인품도 안 좋아지고”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과 백업 요원이 하나로 뭉쳐도 버거운 판에 해외파와 국내파가 따로 논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국내파와 해외파를 불문하고 성인 태극전사들의 반성과 참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SNS 파문’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신·구 사령탑이 만났다.
홍명보 감독은 4일 오후 전주로 내려가 전임 사령탑인 최강희 전북 감독을 찾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최 감독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대표팀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두 사령탑이 만난 시기가 미묘하다. 최 감독은 현재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윤석영(퀸스파크레인저스) 등 해외파 선수들의 항명성 SNS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
홍 감독은 “내가 선수들을 보러 가기 전에 최 감독님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 느끼는 게 있을 수도 있겠다”며 “아니, 분명 뭔가 느끼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뜨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취임 일성으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한 홍 감독은 이번 회동에서 최 감독과 함께 최근 불거진 내분과 파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 중 대표팀 내부의 일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수들의 SNS 사용에 제약을 두겠다고 밝혔다. 4일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선수들에게 SNS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대표팀 내부의 일이 SNS를 통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내린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매뉴얼에 SNS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조치는 최근 해외파 선수들이 SNS를 통해 최 전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처럼 비쳐져 ‘대표팀 불화설’로 이어진 사태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표팀 감독 취임 회견에서 ‘원팀·원스피릿·원골’을 공표한 홍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문제를 일으킬 때에는 먼저 설득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계속 지적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팀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그러다 다친다”는 글을 SNS에 올린 기성용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기성용의 에이전트 측은 “선수와 연락이 닿지 않아 계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