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첫 과세… 오너 일가 등 1만명 대상

입력 2013-07-04 18:47 수정 2013-07-04 22:36


재벌의 대표적 불공정 관행으로 꼽히는 일감 몰아주기에 처음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국세청은 박근혜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건 만큼 상당한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칼끝을 재계에 겨눴다. 삼성·현대자동차그룹 등 대부분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따른 추가 세수를 매년 1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계열사 등에 일감을 몰아준 회사의 지배주주 및 그 친족 가운데 과세 대상자는 오는 31일까지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고 4일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2011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거래분부터 과세를 하기로 했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법인세 신고 내역 등 자체 자료 조사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1만명과 수혜 법인 6200여곳에 대해 신고안내문을 발송했다. 국세청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내문을 받은 이들 중에는 재벌가(家)를 비롯한 대기업 오너 일가가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 세금’은 수혜를 본 기업의 이익을 지배주주의 지분율에 따라 계산해 증여세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일감 몰아주기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만 세금을 매길 수 있다. 먼저 일감 몰아주기로 수혜를 받은 법인에 세후 영업이익이 있어야 한다. 또 특수관계법인 거래 비율이 30%를 초과해야 하고, 수혜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의 주식 직간접 보유 비율이 3%를 넘어야 한다. 특수관계법인은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30% 이상 출자한 법인, 지배주주와 친족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이다.

신고·납부 기간 안에 증여세를 신고하면 산출 세액의 10%는 세액공제를 해준다. 납부 세액이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납부기한 경과일로부터 2개월 되는 날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2000만원 초과 시에는 최장 5년에 걸쳐 분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부과로 1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실제 세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지난해 12월 말 지분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대상자들이 미리 지분정리 등으로 피해갔을 여지가 크다.

또 대기업보다 세무 업무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이정태 삼정회계법인 회계사는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현행 제도는 수혜 법인의 법인세 세무조정 사항까지 상세히 알아야 세금 계산이 가능한 구조여서 중소기업에 불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중과세 논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낸 지배주주가 배당을 받을 때 다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2011년 법 개정 이전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한 내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높은 가산세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며 “납세자의 신고 편의를 위해 각 세무서에 전문 상담요원도 배치해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