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운동장에서 똘똘뭉친 아우들… 우승후보 잡고 8강

입력 2013-07-05 05:00

‘최강희호’에서 활약한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윤석영(23·퀸스파크레인저스)이 인터넷 팬 카페와 트위터에 이해 못할 글을 올려 자기 얼굴에 침을 뱉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간신히 진출한 국가대표팀이 불화설에 시달리는 가운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한 아우들은 우승 후보 콜롬비아를 꺾고 30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형들이 그라운드 밖인 SNS에서 사고 칠 때 아우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실력으로 사고를 친 것이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형보다 뛰어난 아우들이 있다. 201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년 만에 8강이라는 쾌거를 만들어낸 U-20 한국 대표팀이 바로 그들이다. 이번 ‘리틀 태극전사’엔 이렇다 할 스타가 없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선수권대회에서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문창진(포항)은 허리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됐다. 공격의 핵심인 김승준(숭실대)은 맹장염으로 중도 하차했다. 이창근(부산), 이광훈(포항), 연제민(수원) 등 일부 프로 선수들이 있지만 무명의 대학생 선수들이 ‘이광종호’의 주축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됐다. 이런 평가가 오히려 ‘이광종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AFC U-19 선수권대회부터 호흡을 맞춰 온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탄탄한 조직력과 강한 압박 그리고 정교한 패싱 플레이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타가 없는 ‘이광종호’의 최고 스타는 바로 팀이었다.



여기에 이광종 감독의 리더십이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 감독은 2002년 U-15 대표팀과 2005년 U-18 대표팀 감독대행, 2004년부터 4년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들의 팀장을 맡았다. 2009년엔 U-17 월드컵 사령탑으로 첫 세계 대회에 출전해 한국을 22년 만에 8강에 올려놓았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다그치는 대신 자율성을 강조하며 팀워크를 만들어 내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어린 선수들은 감정 변화가 심해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데, 이 감독은 평소 아버지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 내고 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는 선수들의 실력이 고른 것이 장점”이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하나로 똘똘 뭉친 감독과 선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력을 쌓았고 그 땀은 8강이라는 열매로 맺어졌다. 실력은 키우지 않고 SNS로 밤을 낭비하고 있는 형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아우들이 큰일을 해낸 것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