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통섭형 SW 인재 뽑아보니 45%가 여성… 삼성 女風 거세진다
입력 2013-07-04 18:47
삼성그룹이 올해 첫 도입한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인력의 절반가량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SCSA는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문학도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대표적인 ‘남초’ 직군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직군에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 인재가 몰린 셈이다.
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지난 1일 시작한 SCSA 교육 대상자 200명 가운데 45% 정도인 90여명을 여성 인력으로 채웠다. 이들은 6개월간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받은 뒤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내년 초 삼성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이번 SCSA 인력 선발에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하겠다는 삼성의 ‘위미노믹스(Womenomics)’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미노믹스는 ‘women(여성)’과 ‘economics(경제)’를 합친 신조어로, 갈수록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여성이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경제 현상을 일컫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별도의 여성 비율을 정하지 않고 자질과 성장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선발했다”며 “최근 연구개발직에 여성 인력이 점차 늘어나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삼성의 위미노믹스는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재론’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은 이미 1980년대 초반 삼성전자 임원 간담회에서 “냉장고, 세탁기를 누가 사용하는가? 가정주부다. 그런데 디자인 설계 개발 과정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라고 언급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여성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99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대졸여성 공채’를 실시하는가 하면, 1995년에는 성차별을 없앤 ‘열린채용’을 도입했다.
덕분에 이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당시 8명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의 여성 임원 수는 20년 만에 7배인 52명으로 불어났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 23만5000여명 중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체 임원의 2.4%에 불과한 여성임원의 비율도 202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