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봄 위기] 무르시, 시민혁명으로 당선됐다 시민혁명으로 실각

입력 2013-07-04 18:31 수정 2013-07-05 01:53

시민혁명으로 당선된 첫 이집트 직선제 대통령, 시민혁명으로 다시 물러난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1년은 극과 극을 오간 시간으로 귀결된 모습이다. 국민들에 이어 군부마저 등을 돌리면서 그는 결국 ‘피플 파워’에 의해 권좌에서 끌어내려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됐다.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이집트 민주화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무르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정치적 기반이었다. 아랍권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배경으로 대권을 잡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이집트 국민의 요구와 점점 대립각을 키워갔다.

보수적 이슬람주의자란 인상이 강했던 그는 이슬람의 원칙 위에 유연한 국정 운영의 도입을 약속했다. 무슬림형제단 정치국 위원으로 활동하며 1995년 처음 정계에 발을 내디딘 이래 개혁주의 판사들을 지지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던 전력과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사회 활동에도 앞장섰던 경력도 무르시의 ‘균형감각’에 무게를 실었다.

2011년 1월 시민혁명 당시 투옥과 탈옥을 거쳐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을 지냈고 4월에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의 대표를 맡았다. 원래 대통령 후보로 낙점됐던 카이라트 알 샤테르 당 부대표가 테러 지원을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자 무르시가 대타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그에 대한 폭넓은 신뢰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비정상적으로 강화한 헌법 선언문이 현대판 ‘파라오 헌법’이라는 격렬한 비난에 휩싸였고, 기독교인과 여성들에 대한 기본권 보장 공약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야권 정치인과 자유·사회주의 세력, 기독교 신자, 세속적 이슬람 신자 등으로 구성된 구국전선(NSF)과 ‘4월6일 청년운동’ 등이 결합한 연합체인 ‘타마로드’가 무르시의 퇴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랍어로 ‘반란(rebellion)’이란 뜻의 타마로드는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연합 세력이다. 이들은 전국적인 대통령 불신임 서명운동을 벌여 지난달 29일까지 전체 8500만명의 인구 중 2213만4460명의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무르시 축출로 차기 대통령은 압델파타 엘시시 국방장관과 야권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샤피크 전 총리 등이 거론된다. 무바라크 측근 세력이 다시 전면에 나설 여지도 배제할 수 없고 이슬람 세력을 대표하는 새로운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