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관심밖”… 孫도 金도 거리두기

입력 2013-07-05 05:00


지난해 대선 직후 독일로 떠난 야권 잠룡(潛龍)인 민주당 손학규·김두관 상임고문이 국민일보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노선과 신당 창당 움직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손 고문은 안 의원과의 연대설과 관련해 직접 언급 대신 “현 시대에 (안 의원이 최근 내세운) ‘진보적 자유주의’와 같은 이념을 따지는 건 유치한 일이다. 제3정당은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문도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당에 대한 도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지난달 26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인근 한 음식점에서 “내가 13년 전 ‘진보적 자유주의’를 얘기했는데 지난 대선 때 이 표현을 굳이 쓰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 이념을 내놓는 시대가 지나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2000년 손 고문이 책을 통해 주장했고 안 의원이 자신의 정치 지향점으로 들고나오면서 최근 다시 부각됐다.

손 고문은 “3년 전 ‘춘천을 떠나며’란 책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고 지난 대선 때엔 이를 발전시켜 ‘저녁이 있는 삶’이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한참 됐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있다. 이제는 삶의 구체적인 요소들을 말해야 할 때”라며 “어떤 이념과 주의로도 우리 사회 체제를 간단하게 대변할 수 있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제3정당이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독일 자유민주당(현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과의 연정 파트너) 등 유럽 내 제3정당들이 잘되는 것 같지만 아니더라. 결국 이들이 메이저는 되지 못한다”며 ‘안철수 신당’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당내 돌고 있는 10월 재·보궐 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내 이름이 거론될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고문은 지난달 20일 니더작센주(州) 고슬라르에서 기자와 만나 “오로지 저의 관심은 민주당 혁신을 통한 야권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며 “민주당에 희망을 갖고 결단 끝에(지난해 경남도지사 당시) 입당했다. 당이 거듭난 뒤 안 의원과 큰 틀에서 연대, 협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움직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당시 여러 상황으로 인해 오판했다”고 털어놨다. ‘무책임했다’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으로 소식 듣고 있다. 도민들에게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사죄의 뜻을 드러냈다. 김 고문은 향후 정치일정을 묻자 “내년 지방선거가 없으면 독일에서 더 공부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이젠 당에 돌려주고 싶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과 3월 독일로 간 손, 김 고문은 각각 8월과 10월 귀국한다.

베를린·고슬라르=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