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업체 직원 어머니가 보신탕집… 말이 되냐” 조롱한 사장 살해한 20대 14년형
입력 2013-07-04 18:13
지난해 3월부터 애견용품을 제조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김모(28)씨는 사장 이모(29)씨와 자주 다퉜다. 김씨는 약 1년 동안 제대로 월급을 받지도 못했다. 김씨는 여러 차례 일을 그만두려 했지만 이씨는 이마저도 받아주지 않았다. 김씨의 불만은 쌓여갔다.
김씨는 이씨와 다투던 중 “애견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의 어머니가 보신탕집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만두시게 하면 안 되느냐”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이 말을 모친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했다. 지난 1월 27일 이씨와 또다시 말다툼을 벌인 김씨는 다음날 밤 이씨를 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닐장갑을 미리 준비했고, 피가 묻으면 갈아입을 옷까지 챙겨갔다. 범행 직후에는 알리바이를 위해 112에 강도 피해를 당한 것처럼 허위 신고를 했다.
김씨는 범행 이전에 회사의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김씨는 월급이 밀리자 1월 13일 사무실에 있던 미싱기계와 가죽원단 등 회사 물품 440만원어치를 훔쳤다. 범행을 외부인 소행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쇠톱으로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잘라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14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이씨의 조롱과 협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모친을 모욕하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해 고귀하고 존엄한 생명을 박탈했다”고 판시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