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공방] 김만복 “누구 지시인지 난 몰라”-국정원 “유일무이한 진본”

입력 2013-07-05 05:00


‘2008년 1월 생산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원본인가, 제3의 문건인가.’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두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작성 시점. 국정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공개한 대화록 표지에는 ‘2008년 1월 생산’이라고 명기돼 있다. 김 전 원장은 대화록이 2007년 10월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국정원 대화록은 원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화록은 2007년 10월에 작성됐다며 “그 이후에 그걸 건드린 일이 없고, 거론한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2008년 1월에 생산된 문건은 누구의 지시로 언제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당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화록이 작성된 시기는 회담 직후 일주일 이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2008년 1월에 청와대가 대화록을 보고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은 국정원 내 제3의 인사가 비밀리에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정원 일부 세력이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몰래 별도의 대화록을 만든 것이다. 김 원장이 ‘항명죄’ ‘비밀누설죄’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2008년 1월’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라는 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당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부 관료들을 몰아붙이며 노무현정부와 각을 세우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국정원 일부 인사가 새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대화록을 만들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문 의원도 트위터에서 “공개된 대화록은 2008년 1월에 생산된 것으로 돼있는데, 국정원의 누군가가 인수위 또는 이명박정부에 갖다 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정원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유일무이’한 진본이라고 반박했다. 2008년 1월에 별도 문서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때가 돼서야 대화록 전문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2007년 10월 작성된 대화록에 대해선 “2008년 1월에 완성됐기 때문에 중간에 대충 된 걸 청와대에 줬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우리 대화록이 진본”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이 공개되더라도 진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