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유럽 왕위이양 바람
입력 2013-07-04 18:10
국왕들이 서거 전 왕위를 물려주는 이벤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은근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벨기에 국왕 알베르 2세(79)는 3일 자진 퇴위하면서 필립 왕세자에게 양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베르 2세는 이날 TV와 라디오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벨기에 독립기념일인 오는 21일 왕위에서 물러나고 필립(53) 왕세자에게 양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베르 2세는 “나이와 건강문제로 왕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필립 왕세자는 왕위를 계승할 준비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가 1831년 입헌군주국으로 독립한 이후 양위를 통해 왕위가 계승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즉위 33년이 된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75) 여왕은 지난 4월 왕세자 빌럼-알렉산더르(46)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이처럼 유럽 군주들의 양위 결정은 장기 재위와 고령에 따른 건강문제 등이 공통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양위 바람은 군주제와 왕실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는 상황에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유럽 국가 10여곳의 국왕은 국가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세금을 축낸다는 비난과 함께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근 유럽국가 국왕의 퇴위가 속속 발표되면서 전 세계 현존 군주 가운데 최장기 재위 기록을 보유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거취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지난달 25일 카타르의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61) 국왕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33)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