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정원 닮은 미국… 국무부, 페이스북 조작
입력 2013-07-04 18:11
한국 국가정보원의 댓글을 통한 대선 개입 사건 논란이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진 가운데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좋아요’ 조작사건이 터졌다.
미 국무부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like)’ 클릭을 늘리려고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3일(현지시간) 국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정보프로그램국(BIIP)은 2011년부터 올 3월까지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수를 늘리는 캠페인에 무려 63만 달러(약 7억2000만원)를 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해당 부서의 많은 직원도 이 캠페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면서 “대다수 네티즌이 특정 사안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한번 정도 클릭을 하는 데 이들을 돈으로 사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거액을 들인 데 힘입어 페이스북 영문 홈페이지의 ‘좋아요’ 클릭수는 10만개에서 200만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외국어 페이지의 클릭수도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홍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무부 페이스북의 전체 ‘팬(fan)’ 가운데 메시지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다는 적극적인 네티즌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국무부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전략 부족으로 오피니언 리더 등 ‘주 목표 네티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채 소모적인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무부의 페이스북 팬 유치작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네티즌에 대해서도 진행됐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국무부가 세금을 정책효과가 없는 곳에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국무부 내 많은 부서들이 모두 150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으나 제대로 조율이 안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