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비민주·독선적 무르시 대통령 축출… 民心 업은 ‘군부 쿠데타’

입력 2013-07-05 05:00

‘아랍의 봄’의 열기를 타고 이집트 역사상 첫 민주선거로 당선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군부에 의해 쫓겨난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르시 대통령의 실정과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정책을 고려하면 민의가 반영된 ‘제2의 시민혁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민의를 반영한 축출이라 해도 군부 쿠데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3일 오후 9시쯤(현지시간) 국영TV에서 무르시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발표했다.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쫓아내고 지난해 6월 대통령에 선출된 지 1년 만이다. 후임으로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 소장이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임시 대통령 역할을 하게 된다. 축출된 무르시 대통령은 군 시설에 억류돼 있다 국방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사태의 이면에는 시민혁명 후 무르시 정권의 지나친 친이슬람주의 성향과 경제적 실정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민주혁명의 목표를 진전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대신 본인의 권력을 확대하거나 무슬림형제단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실각 이유를 분석했다.

이집트 군부는 장기 군부독재의 망령 부활을 의식해 야권과 협의를 거쳐 조기에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부가 민심을 의식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정치적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무르시 대통령과 집권 무슬림형제단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이집트 정국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무르시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세력을 정치과정에서 배제할 경우 군부의 이번 조치는 명백한 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민간·종교 지도자들을 아우르는 조기 대선 방안이 조속하고 투명하게 마련돼야 무르시 축출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순조로운 민주화 과정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 축출로 다른 아랍권 국가도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아랍의 봄’의 시발이 된 튀니지에서는 당장 야권이 무르시의 퇴진 직후 ‘튀니지판 타마로드(반란)’를 선언하고 이슬람정권 축출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특히 이집트의 정정불안은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가 충돌하는 아랍세계에서 민주화 과정이 험난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군부가 세속화를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가 타협한 ‘이집트식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