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잡으면 장사꾼으로 변하는 보수의 민낯
입력 2013-07-04 17:23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토마스 프랭크/어마마마
미국 보수 세력의 민낯이 얼마나 추악한지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전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에서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파의 실상을 까발렸던 미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사진). 1980년대 이후 우파, 특히 권력을 잡은 보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해 미국 사회를 강타한 금융 위기가 명백한 보수의 실패였다고 진단한다. 그가 말하는 보수의 실체는 이렇다. 소련의 붕괴 이후 ‘자유시장’을 새 무기로 장착한 이들에게 ‘큰 정부’는 당연히 배격 대상. 정부는 민간에 비해 무능한 조직이기 때문에 민간 영역, 특히 기업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한다. 감세와 규제 철폐, 민영화가 3대 슬로건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정치는 ‘비즈니스’적 면모를 띨 수밖에 없다. 자유방임주의의 강조와 규제 완화는 자연스레 부패가 싹틀 기회를 제공했다.
결코 보수는 좌파와의 합리적 공존 같은 걸 꿈꾸지 않는다. 미국 보수는 조금 다를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국민의 분노와 두려움을 이용해 좌파에 대한 적대감을 극대화시켜 싹을 잘라버리길 원한다.
실정(失政)의 책임을 회피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들은 오랫동안 좌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정 정부 기관이 보수의 가치에 맞지 않을 때, 부적격 인사를 수장으로 앉혀 조직을 무력화하는 기술은 기가 막히다.
저자는 “우리가 지켜본 바와 같이 자유시장에서 보수주의의 핵심은 ‘탐욕’이고 ‘이기주의’”라며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한 워싱턴에서는 누구라도 원칙주의자이면서 뇌물 수수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보수가 몰락시킨 미국의 소생을 위해 그들에게 명확한 책임을 묻고, 연방 기관을 혁신하며, 진보주의 사회운동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원문 제목은 ‘난파선원(The Wrecking Crew)’. 여기에 ‘보수는 어떻게 정부를 망치고 자기 배를 불리고 나라를 거지꼴로 만들었는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미국 보수를 말하고 있지만 한국 보수와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모습이 적잖다. 저자의 책은 나올 때마다 정치권에서 화제였다.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독해할지 궁금해진다. 구세희·이정민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