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용기, 가혹한 세금에 맞서다
입력 2013-07-04 17:25
흑산도 소년 장군 강바우/글 김해등·그림 이수진/시공주니어
조선 정조 시대 승정원일기엔 놀라운 기록이 있답니다. 흑산도에 살던 김이수라는 백성이 한양에 올라와 임금이 지나는 길목에서 꽹과리를 쳐 임금의 행차를 멈추게 했다는군요. 임금이 사연을 묻자 그는 “세금이 어찌나 많은지 고등어를 잡으면 고등어 세를, 콩을 거두면 콩 세를 내는데, 관리들은 여기에 덧붙여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닥나무 세까지 내라하니 백성들은 죽을 지경입니다”라고 하소연했다지요. 임금은 김이수의 의로움을 높이 사 부당한 닥나무 세를 없애라고 명령하고 그에게 벼슬까지 내렸답니다.
흑산도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김이수 이야기를 알게 된 동화작가 김해등은 현실 논리에 순응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불의에 맞서는 소년 강바우를 등장시켜 당시의 역사를 복원시키고 있답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백성들을 볶아대는 흑산도 함 별장(조선시대 지방관직)의 아들 수동이 제 아버지의 위세를 믿고 동네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세금으로 바치라고 횡포를 부리자 강바우는 한 판 겨루기를 벌립니다. “‘성게 포탄 준비!’ 바우는 대나무를 돌 틈에 꽂고 아이들에게 단단히 붙잡게 했다. 그리고 눈짐작으로 거리를 재봤다.”(78쪽)
성게 포탄으로 수동이 패거리를 물리친 바우가 수군들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자 아이들이 바우를 구하기 위해 나서며 부르는 ‘둥당애 타령’은 이 동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지요. “친구 목숨 내어주면/ 바닷물이 원수 되어/ 오는 고기 아니 오고/ 보낸 친구 아니 오네/ 둥당애당 둥당애당”(183쪽)
바우가 ‘장군’이라고 불린 이유는 남다른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불의에 맞서는 용기 그 자체에 있었다는군요.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