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최강희호’ 감독-선수 갈등 SNS서 곪아터졌다
입력 2013-07-03 22:4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기성용(24)은 지난 6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한다. 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고 남겼다. 그러자 최강희(전북 현대) 전 국가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소문이 팬들 사이에 퍼졌다. 기성용은 허벅지 부상으로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 명단에서 빠졌다.
최 감독은 지난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천수나 고종수처럼 욕먹어도 자기 표현하는 선수들이 좋다”고 운을 뗀 뒤 ‘리더 자격’ 등을 운운한 기성용에 대해 “선수가 용기가 있으면 찾아왔어야 했다. 그런 짓은 비겁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자 기성용은 3일 팬 카페에 “어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다 삭제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표현되지 못하고 오히려 기사에 덧붙여 나가는 부분이 있어 오해를 샀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활동을 했던 이유를 설명한 기성용은 “오히려 트위터를 통해 더 전달이 안 될 줄 몰랐다”고 계정을 삭제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성용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 삭제함으로써 최 감독에 대한 감정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수비수 윤석영(23·퀸스파크레인저스)이 기름을 부었다. 윤석영은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02월드컵 4강 - 이영표,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2012올림픽 동메달 - 윤석영, 김영권, 김창수 그리고 아쉽게 빠진 홍정호. 이상 모두 혈액형 O형. 그 외 최고의 수비력 박지성 O형”이란 글을 올렸다. 최 감독이 “혈액형으로 수비수를 얼추 판단할 수 있다. B형 선수는 성취욕이 좋다. 반면 O형은 성격은 좋지만 덜렁거리고 종종 집중력을 잃는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최 감독이 직접 겪은 예가 O형인 김영권(광저우)이었다. 김영권은 이란전에서 공을 끌다 상대 공격수에게 빼앗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자신도 O형이라고 밝힌 윤석영 역시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 예선 3연전에 발탁되지 못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최 감독은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를 앞두고 “이런 일들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은 내가 입을 닫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진화에 나섰다.
대표팀 전 감독과 선수들이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이전투구’를 벌이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최 감독은 실명을 거론하며 선수들에 대한 호불호를 밝혔어야 했을까? 그리고 선수들은 가상공간에서 문자가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이날 FC서울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축구를 잘하는 ‘좋은 선수’보다 존경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훌륭한 선수’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고 충고했다.
홍명보 신임 대표팀 감독의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그것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