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대장 “높이 올라갈수록 두려움 크지만 산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어”
입력 2013-07-03 21:10
“두려움도 있지만 산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지난달 무산소 등정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세계 최단 기간에 완등한 산악인 김창호(44·몽벨자문위원·사진) 대장이 3일 서울 무교동 파이낸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완등 소회를 밝혔다. 김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무산소 등정은 2005년 7월 14일 낭가파르바트(8156m) 루팔벽 등정을 시작으로 지난 5월 20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까지 7년10개월6일 만에 일궈낸 성과다. 이 기록은 기존 최단기간 등정자인 폴란드의 예지 쿠크츠카가 세운 7년11개월14일보다 1개월8일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하산 과정에서 서성호 대원이 고산증과 체력 저하로 목숨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김 대장은 “14좌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긴 했지만 서 대원을 잃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큰 등반이었다”며 말문을 연 뒤 “서 대원이 이번 등반에 앞서 12좌를 완등한 경력이 있어 걱정하지 않았는데, 무산소 등반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목숨까지 내건 등반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어떤 일에도 생명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으며 원정대장으로서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서 대원은 라인홀트 메스너를 보면서 오랫동안 무산소 등반을 꿈꿨고, 이번 등반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산악인 메스너가 1986년 히말라야 8000급 14좌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후 세계 산악계는 ‘알파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추세다. 즉 산소와 셰르파 등 인공적인 장비와 주변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줄여 자신의 힘만으로 등반하는 것이다. 게다가 비용과 환경 등 현실적인 문제 역시 요즘 산악인들에게 알파인 스타일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대개 한 번 등반에 산소통 3개를 사용하는데, 그 무게가 10㎏에 이르기 때문에 현지 셰르파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히말라야 산맥이 폐기물로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듯 산소통 수거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잇단 등반사고의 원인으로 대기업 후원에 따른 무리한 성과주의를 묻는 질문에 김 대장은 “우리 산악인 표현으로 ‘도움을 준 분들의 마음을 배낭에 짊어지고 간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런 마음과 인연이 결국 살아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히말라야 14좌 등반을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산에 대한 호기심을 꼽았다. 그는 “산에 높이 올라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두렵다”면서도 “하지만 빙하가 어떻게 생겼고 산자락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산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산으로 이끌어 왔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