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네오나치 단체가 환경보호운동 나선 이유

입력 2013-07-03 19:57

히틀러를 신봉하는 몽골의 극우 ‘네오나치’ 단체가 환경보호단체로 새 단장했다.

한때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과격행동으로 악명 높던 ‘차간 카스(하얀 갈고리십자)’의 회원 100여명은 요즘 매일 몽골 곳곳의 광산을 순찰한다. 나치 문양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외국인 소유의 광산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는지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차간 카스의 아리운볼드 알탄쿰 대표는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의 목표는 자연을 구하는 것”이라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고 말했다.

구리와 금 등의 광산은 몽골 경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광산의 대다수가 외국인 소유여서 몽골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이를 바탕으로 차간 카스를 비롯한 5개 안팎의 극우단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대낮에 외국인 여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의 지나친 폭력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알탄쿰 대표는 “여성의 머리를 자른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좀 지나쳤다. 이제 우리는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존경’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오늘 몽골의 상황은 히틀러가 자신의 나라를 강한 국가로 탈바꿈시킨 1939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네오나치 단체의 이미지 변신 시도에 대해 시카고대 박사과정에 있는 몽골인 탈 리론은 “몽골의 네오나치들은 세계 언론의 관심을 즐기고 있다”면서 “환경보호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기 과시적인 행동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