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3일 오후 4시 30분)이 지나면서 군이 실제 어떤 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부 수장인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은 최종 시한을 앞두고 야권 지도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종교 지도자와 회동을 갖고 향후 로드맵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최후 시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즉각 퇴진 요구를 거부한 채 “다음 총선을 관리할 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이집트 군은 군최고위원회(SCAF) 명의의 성명을 통해 무르시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을 경우 “이집트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피를 희생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행동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무르시 대통령이 사실상 군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제 초점은 ‘무르시 이후’에 대한 시나리오에 맞춰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 “이집트 군이 무르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동시에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하고 의회를 해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군을 대표하는 국방장관과 관료, 각 정당 대표 등이 참여하는 과도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대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군이 전격적으로 무르시와 집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지도자들을 가택 연금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무르시 지지파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돼 이집트가 내전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우려했다. 지난달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서 시위대와 정부 지지자 사이의 무력 충돌이 벌어져 왔다. 수도 카이로에서 2일 하루에만 최소 18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르시가 전격적으로 자신의 거취를 두고 국민투표를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집트 제2정당인 누르당도 국민투표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타마로드(반란)’ 등 반무르시 진영은 무르시 체제에서 치러지는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국민투표 카드가 나온다 해도 사태 해결 없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년 이집트에 15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이 그동안의 ‘불간섭’ 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CNN은 미국이 무르시 대통령에게 조기 대선과 내각 개편 등을 제안했다고 익명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집트 군에 1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지원 규모를 상기시키며 쿠데타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이집트軍, 무르시 전격 가택연금 가능성… 내전 우려
입력 2013-07-03 19:57 수정 2013-07-04 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