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햄릿’ 공연 앞둔 출연자들, 광화문 광장서 ‘삭발 퍼포먼스’
입력 2013-07-03 19:55
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 하얀 롱 드레스를 입은 연극배우 28명이 삭발식을 가졌다. 이들이 머리를 민 이유는 하나다. 연극정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잘라준 뒤 광화문광장에서 음악에 맞춰 크게 원을 그리듯 돌며 퍼포먼스를 가졌다.
삭발식에 참여한 배우들은 올해 25회를 맞는 ‘2013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 ‘100인의 햄릿’ 출연자들. 다음 달 공연을 앞두고 삭발을 단행했다. 이 작품의 연출가 심철종씨는 “다양한 캐릭터와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삭발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내려놓고 작품에 흡수돼 하나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육체적 고민부터 정신적 혼란까지 털어버리고 작품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관객에게 외면 받는 연극계 현실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했다.
삭발을 한 주연배우 김홍수는 “삼손의 머리카락처럼 개성을 표현하는 힘의 원천이었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니 각오가 새로워졌다. 의기투합해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당초 작품에 출연하는 100인 배우 전원이 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주연급 배우 28명만 참여했다. 제작사인 드림인터내셔널 측은 나머지 배우들은 공연이 열리는 경남 거창에서 별도의 삭발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인의 햄릿’은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음악이 주가 되는 사운드이미지 연극. 대사는 최대한 절제된다. 이 연극에서 햄릿은 100명이다. 연극을 갓 시작한 20대 배우부터 원로연극인까지 총 100명의 배우가 햄릿1, 햄릿2 등의 배역을 맡았다. 100명의 햄릿이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 정체성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들려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