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분서 王名 첫 발견… 금관총 칼에서 ‘이사지왕’ 글자 확인
입력 2013-07-03 19:43 수정 2013-07-03 22:29
1921년 조선총독부가 경북 경주 금관총에서 신라금관(국보 87호)과 함께 발굴한 환두대도(環頭大刀·둥근 고리가 있는 쇠칼)에 ‘이사지왕(爾斯智王)’이라는 왕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사업’의 일환으로 금관총 출토 환두대도를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명문(銘文)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판독한 결과 ‘이사지왕’으로 드러났다고 3일 밝혔다. 신라 고분에서 왕 이름이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금관총 주인공을 밝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글자는 칼집 끝부분과 상단을 장식하는 금속(금동)에 적혀 있었다. 칼집 하단 앞뒷면에는 ‘爾斯智王’과 ‘十’자가, 자루와 만나는 지점의 칼집 상단에는 ‘爾’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금관총 출토 다른 환두대도에서도 ‘爾’ ‘八’ ‘十’자가 확인된 적이 있다.
박물관 측은 “이사지왕은 금관총의 주인공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라면서 “하지만 이사지왕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및 신라 금석문에는 나오지 않는 이름이기 때문에 어떤 왕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라 최고 지배자인 마립간(麻立干·내물왕∼지증왕) 중 한 사람의 다른 왕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