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최저임금委, 왜 밤에만 만날까

입력 2013-07-03 19:40 수정 2013-07-03 16:13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도 법정 논의 시한을 넘겼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파행이다. 위원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달 27일까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안을 도출해야 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재계는 지난해 최저임금(시간당 4860원)의 동결을 요구했고 노동계는 591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회의에선 노동계는 5790원으로 양보했고 재계는 4910원으로 5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노동계 주장과 영세 사업장의 경영 악화를 초래해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재계 주장이 또다시 힘겨루기를 펼쳤다. 오후 7시 시작된 회의는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는 저소득 근로자들과 임금 동결을 바라는 영세 사업주 등 많은 국민들은 밤늦도록 관련 협의가 어떻게 결론나는지 기다리다 허탕을 쳤다. 예년 같으면 노사 양측이 회의 결렬 다음날부터 재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마저 성의를 보여주지 않고 1주일이나 재협상 시한을 미뤘다. 회의 개최 시간도 또 다시 오후 7시로 잡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 재계, 공익위원이 9명씩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매년 논의 시한 마감인 6월까지는 공익위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학교수들의 강의 일정을 고려해 오후 7시로 회의 시간을 잡는 게 관행이었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의 대학이 방학에 들어간 7월임에도 위원회가 회의 시간을 꼭 오후 7시로 잡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위원회 안팎에선 “밤샘 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 아니냐”며 “일부러 늦게 회의를 시작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낮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협상에 나서도 쉽지 않을 텐데 꼭 밤에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산업부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