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뚝’ 정기적금 ‘쑥’… ‘금리 역전현상’ 여파
입력 2013-07-03 19:25
돈이 은행 정기예금에서 정기적금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이 정기예금보다 정기적금에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목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한번에 큰 돈을 넣어두는 정기예금을 받아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뭉칫돈을 맡길 곳을 찾는 고객은 불편을 겪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이 4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449조5000억원)보다 8조9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고 3일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감소분까지 합치면 6개월 만에 약 10조원의 돈이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은 33조6000억원에서 37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정기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금리에 있다.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이율을 대폭 깎자 고객들이 목돈을 정기적금이나 채권·주식 쪽으로 돌리고 있어서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 수준인 데 반해 정기적금 금리는 연 3.0% 수준이다.
과거에는 정기예금 금리가 정기적금 금리보다 높았다. 시중은행은 적은 돈을 조금씩 맡기는 고객보다 거액을 한번에 맡기는 고객을 더 선호했다. 대출과 투자에 이용하기가 적금보다는 목돈을 맡기는 예금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6%로 정기적금 금리 연 3.90%보다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정기예금으로 거액을 받아도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