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기록을 찾아서] (2)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입력 2013-07-03 19:24


개인통산 635 세이브 ‘양키스 수호신’

뉴욕 양키스가 9회말 2점을 내줘 7-3으로 쫓기자 마리아노 리베라(44)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국프로야구(MLB)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리베라는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좌타자 라이언 더밋을 맞았다. 리베라는 자신의 주무기인 커터(컷 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2구째도 역시 커터(91마일·146㎞)였다. 커터를 예상하고 있던 더밋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몸쪽으로 살짝 휘며 떨어지는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땅볼이 된 타구는 양키스 유격수 알베르토 곤살레스에게 잡혔다. 곤살레스는 2루수에게 공을 토스했고, 2루로 뛰던 조 마우어는 포스 아웃됐다. 리베라가 개인 통산 635세이브를 올린 순간이었다.

리베라는 3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방문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팀의 7대 3 승리를 지켰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리베라는 경기 전 미네소타 구단으로부터 이색 의자를 선물로 받고 활짝 웃었다. ‘산산조각이 난 꿈의 흔들의자(rocking chair of broken dreams)’라고 명명된 의자는 부러진 방망이로 등받이, 팔걸이 등을 채워 만들어졌다. 리베라의 주무기인 커터가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자주 부러뜨린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리베라는 1995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양키스에서만 뛰었다. 신인 시절에는 선발투수로 등판했지만 1997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그해 66경기에 출전해 6승 4패 43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양키스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리베라는 2004년엔 53세이브를 달성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5월 팀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리베라는 은퇴하려고 했지만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로 마음을 바꿔 이번 시즌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5세이브에 그친 리베라는 3일까지 이번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27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시즌까지 608세이브를 올린 리베라가 이번 시즌 42세이브를 더한다면 개인 통산 650세이브를 채우고 은퇴하게 된다. 이는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베라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은퇴한 트레버 호프만(46)으로 601세이브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리베라는 어떻게 해서 괴물 타자들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불멸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알고도 못 친다는 커터다. 오른손 투수인 리베라는 데뷔 초기 90마일 중후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1997시즌이 끝날 무렵 리베라는 고향 친구 라미로 멘도사와 함께 캐치볼을 했다. 그런데 리베라가 던진 공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고 계속 멘도사의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리베라는 그날따라 자신이 그립에서 중지에 힘을 주고 던지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시대 최고의 마구로 꼽히는 ‘리베라표 커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1969년 11월 29일 파나마의 어촌 푸에르토 카이미토에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리베라. 그는 우유팩으로 글러브를 만들었고, 부둣가에 버려진 그물을 뭉친 뒤 테이프를 감아 공을 만들어 야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메이저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20대 후반부터 교회에 나간 리베라는 은퇴 후 세계 곳곳에 교회를 세우고,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자선 사업도 할 계획이다. 그는 위대한 야구선수이자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