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기까지 왔으면 진실 규명하고 책임 가려라

입력 2013-07-03 18:56

정치권은 견강부회 주장 접고 공개 절차도 법에 따라야

국회가 그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관련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의안을 의결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오랜 정치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요구안에 따라 구체적인 열람 방법과 절차 등을 둘러싼 여야와 국가기록원 간의 논의가 시작됐다.

그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대통령기록물을 국회가 작위적으로 공개하는 데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대외신인도 실추나 남북 관계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설령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치권의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새로운 논란거리만 제공하는 격이라는 점도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경위가 어쨌든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257명의 찬성으로 의결한 사안이니 국회의 결정은 존중돼야 할 것이다. 이제는 여야 의원들이 요구안에 밝힌 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NLL(북방한계선) 관련 대화의 진상이 무엇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논란을 확실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당에서 주장하듯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대화록과 국가기록원의 원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차이가 있다면 왜 그리고 어떤 경로로 왜곡이 이뤄졌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사태가 이만큼 확전된 만큼, 대화록을 둘러싼 온갖 주장들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엄중하게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책임하고 소모적인 정쟁이 다시는 난무하지 못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제적으로 유례 없는 정상회담 기록을 공개하면서도 분명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다시 정쟁 속에 빠진다면 우리 국회는 말꼬리 잡기의 미망(迷妄)에서 헤어나기 매우 어렵게 될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법률과 권한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국회에 협조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국회 요구가 있는 경우라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을 허용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논란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정상회담 녹음기록물이나 정상회담 사전준비 및 사후 조치 관련 자료까지 제출하는 게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자세다. 여야 모두는 열람한 기록물에 대한 견강부회나 아전인수식 해석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정제된 주장을 해야 하며 정파 이익만을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열람 절차도 법의 테두리를 지켜야 한다. 현행법상 열람한 내용을 공개하는 게 불법이라는 사실 때문에 면책특권을 활용한 공개나 인터넷에 흘리기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편법이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직무상 발언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보장하자는 취지이지 공공연히 법을 어겨가며 직무를 수행하라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