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11년째 폭증해도 문제 없다는 정부

입력 2013-07-03 18:49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외신들은 한국의 가계부채가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위험에 처했을 때보다 심각하다며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제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 출석해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규모, 증가속도, 금융시스템으로 볼 때 위기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한 답변은 안일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963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3월 말 961조6000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방심할 상황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4.5%를 훨씬 웃도는 것은 물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85%를 넘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163.7%로 OECD 평균인 136.5%보다 높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점이다. 지금까지는 저금리 기조 덕에 이자부담이 덜했지만 앞으로는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줄었는데 나갈 이자는 불어나게 생겼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저소득층과 고령층이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84%에 달하고, 60대 이상은 무려 253%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급락할 경우 중산층마저 채무 불이행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절반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고, 빚 내서 집을 마련하고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9만8000가구에 이른다.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322만명이나 되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회사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장담해선 안 된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회복을 지연시킨다.

가계부채 폭탄의 시한은 째깍째깍 다가오는데 정부 대책은 먹혀들지 않으니 걱정이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놓은 국민행복기금이나 하우스푸어 지원대책은 지원조건이 까다로워 이용실적이 저조하다. 선거용으로 어설프게 급조된 정책은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계빚을 갚게 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경기를 살려서 소득을 높여주거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구조로 전환을 유도하면서 가계부채가 국가경제를 위협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세밀하게 연착륙 대책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