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6명중 1명꼴 스마트폰 중독

입력 2013-07-03 18:19

주부 유모(46·서울 창동)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준 뒤 크게 후회하고 있다. 아들이 몇달째 밤잠도 자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스마트폰으로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상위권이던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떨어졌고 아이는 가족들과 대화도 꺼렸다. 유씨는 한때 스마트폰을 빼앗았다가 아이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왕따가 된다”며 눈물을 흘리고 심지어 자해를 하는 통에 깜짝 놀라 다시 돌려줬다. 유씨 아들은 상담 권유도 마다 한 채 여전히 스마트폰에만 매달리고 있다.

10대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해 이제 인터넷 중독률을 3배 가까이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5∼6월 학령 전환기인 전국 초등 4·중 1·고 1 재학생 171만9866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인터넷 이용습관 전수 진단’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실태 조사 참여자 133만8407명 중 17.9%(24만249명)가 ‘중독 위험군’에 속했다고 3일 밝혔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와 금단 증상을 일으키는 ‘위험 사용군’이 3만9049명, 그 보다는 덜 하지만 사용 시간이 늘고 집착하는 ‘주의 사용군’이 20만1200명이었다. 중독 위험군은 고 1이 23.2%(12만7275명)로 가장 많았고, 중1은 19.8%(10만2602명), 초등 4년은 3.7%(1만372명)였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전수 진단은 올해 처음 실시됐다.

인터넷 사용 실태 조사 참여자 163만3134명 가운데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6.4%(10만5152명)로 집계됐다. 인터넷 위험 사용군이 1만1240명, 주의 사용군은 9만3912명이었다. 위험사용군은 전년(1만6714명)보다 줄었으나 주의사용군(5만1330명)은 1.8배 늘었다. 인터넷 중독률은 초등4가 4.0%(1만8605명), 중1 7.4%(4만3346명), 고1 7.2%(4만3201명)로 집계됐다.

여가부는 이번에 확인된 인터넷 중독 위험군 청소년에 대해 보호자 동의를 받아 전국 인터넷 중독 대응지역협력망(198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79개 치료협력병원)을 통해 상담·치료, 기숙 특화 프로그램 등 치유 서비스를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중독 상담·치료 매뉴얼을 올해 말까지 개발해 내년부터 중독 상담 현장 및 치료 협력 병원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조아미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10대들이 학업에만 몰두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하다 보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를 풀 수 있는 대안적 활동이 스마트폰 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 근본 문제”라며 “청소년에게 미래의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있는 교육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전반이 바뀌어야 스마트폰·인터넷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