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구속 면한 원세훈, 금품수수 혐의도 피해갈까

입력 2013-07-03 19:32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번에는 검찰의 칼을 피할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수사 당시 구속을 면했던 그는 4일 별도 금품수수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는다. 당일 조사결과에 그의 신병처리 향방도 달려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지난 5월 말 황모(62·구속)씨가 대표로 있던 황보건설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검찰 특수수사의 ‘맏형’ 역할을 하는 정예 부대가 이미 파산한 중소형 건설사를 돌연 치고 들어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검찰은 처음부터 원 전 원장과 황씨 간의 유착비리 첩보를 확인하고자 했다. 당시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압수수색과 두 차례 원 전 원장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선거법 위반죄 적용 문제를 놓고 막바지 고심을 하던 때였다. 검찰은 “구체적 단서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책무”라며 두 사건의 연관성을 공식 부인했지만, 사실상 ‘원세훈 논란’을 정권 초에 털고 가기 위해 투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검찰은 결국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로는 그를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원 전 원장 측에선 “어차피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 구속을 피한 것만 해도 선방”이란 말이 나왔다. 특수1부가 맡은 그의 개인비리 수사도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황씨가 금품 로비 부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거래되는 금품수수 사건 특성상 공여자의 구체적 진술이 없으면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검찰은 일단 지난달 5일 황씨를 6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황보건설 공사 수주와 관련 있는 산림청을 압수수색하고,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과 한국남부발전 이상호 사장 등을 비공개 소환하며 황씨를 압박해 들어갔다.

검찰이 4일 원 전 원장을 소환키로 한 것은 결정적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원 전 원장이 1억원 이상의 현금을 받고 공사 수주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 검찰이 국정원장 직무와 관련된 돈이라고 판단할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알선수뢰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원 전 원장은 명절 때 받은 일부 선물을 제외하고 현금 수수는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