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재시도 예방사업 대형병원 21곳 확대
입력 2013-07-03 18:19
생활고와 가족간 갈등 등으로 고민하던 A씨(45·여·강원도 원주)는 지난 5월 20일 저녁 8시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지인의 신고로 발견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급히 실려 왔다. 응급처치를 받은 A씨는 의료진의 즉각 통보로 출동한 원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 소속 간호사의 끈질긴 설득으로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를 받기로 하고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다. A씨는 이 전에도 몇차례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로 실려왔으나 신체 치료만 받고 퇴원했다. 정신건강 평가나 사후 관리가 지속되지 않아 무관심 속에서 다시 자살 유혹에 빠지는 고위험군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원과 관할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연계된 ‘조기 위기개입 관리 서비스’에 응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A씨는 1주일간 입원 치료후 정신건강증진센터 간호사로부터 전화와 방문 상담을 통한 자살 예방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다.
원주정신건강증진센터 장윤아 팀장은 “A씨에겐 안부를 전하거나 관심을 표현하고 치료 정보를 제공한다. 또 가족에게는 정서적 지지를 부탁하거나 자살 경고 신호 교육을 통해 자살 재시도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응급실 기반 자살 위기 조기 개입·사후 관리가 고위험군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보건복지부가 전국 21개 대형병원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3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21개 응급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 및 사회복귀시설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치료 및 사례 관리 서비스를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2011년부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경희대병원 등 3곳에서 시범 실시해 온 사업의 대상 기관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각 정신건강증진센터별로 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서울시도 지난해 관악 등 5개 자치구에서 올해 25개 자치구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살 시도로 응급실 후송 환자는 연간 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8%만이 상담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나머지는 아무 조치없이 귀가하는 실정이다.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4만명 중 약 8000명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덴마크의 경우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를 통해 자살 재시도율을 2002년 34%에서 2년후 14%로 줄인 바 있다”면서 “향후 전남, 경북, 경남 등에 4개 병원을 추가해 사업 시행 의료기관을 25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