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빚 갚는 고령층·자영업자… 점점 고금리 늪으로

입력 2013-07-03 18:08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양’보다는 ‘질’의 문제가 심각하다. 가계는 상환 능력보다 과도한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리스크에 취약한 비은행권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높아지는 추세다. 고령층·자영업자·다중채무자는 점점 고금리의 늪에 빠져들고 있고, 금융권의 담보인정비율(LTV)은 어느덧 50%를 돌파했다.

◇비은행권에 몰리는 고위험군=금융 당국은 3일 열린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2007년 이후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은행권의 대출 증가 규모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은 2008년 말 43.2%에서 지난 3월 말 49.1%로 5.9% 포인트 상승해 전체의 절반에 바짝 다가섰다.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상호저축은행·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으로 몰리는 이들은 주로 저소득층·자영업자·고령층·다중채무자 등 가계부채 고위험군이다.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다중채무자의 가계부채 비중은 2011년 말부터 소폭 하락세인데 비해 비은행권 이용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다중채무자가 비은행권에서 차지하는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말 15.9%에서 지난 3월 말 17.9%로 증가했다.

고위험군에 들어가는 5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비중은 2003년 33.2%에서 2011년 46.4%로 13.2% 포인트 늘었다. 이들의 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8.0% 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금융 당국은 “5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은행보다 비은행권에서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가계의 상환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청문회 보고 자료에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고령층은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경기 여건이 나빠지면 이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상환 부담 압박이 커질 수 있고, 제2금융권의 부실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능력보다 많은 빚…LTV는 50% 돌파=금융 당국은 “우리나라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편이며, 금융자산 축적이 저조해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능력보다 많은 빚을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2011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6.5%보다 27% 포인트나 높다. 2011년 기준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48.0%로 미국(26.5%) 영국(35.5%) 일본(24.5%)을 웃돈다.

여기에다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위기의 불씨’다.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단기·일시상환, 거치식 분할상환 방식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중 72%(은행권 기준)는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 때문에 가계부채 규모가 줄지 않고 지속적으로 는다고 판단한다. 금리 상승 등 대외 여건에 취약한 변동형 대출 비중도 주택담보대출에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또한 계속되는 주택시장 침체는 담보가치를 떨어뜨려 LTV 비율을 치솟게 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평균 LTV 비율은 2008년 말 47.1%에서 해마다 상승, 지난해 말 50.2%를 기록 중이다. 경매에 넘길 경우 금융회사가 원금도 회수하기 어려운 ‘깡통주택’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깡통주택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